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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Jul 06. 2024

빛나는 졸업장

너무 행복했습니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울 테니 절대 혼자서 아파해서는 안 돼. 플럼필드는 모든 아이들이 즐겁게 지내면서, 스스로의 문제들을 해결해가곡 나아가 다른 친구들을 돕는 방법까지 배우는 학교란다.'

내가 좋아하는 책 '조의 아이들, 작은 아씨들 그후'의 한 대목이다. 작은 아씨들 4명의 딸 중 둘째인 조가 세운 학교, 플럼필드학교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홈스쿨에 대한 그림을 어렴풋이 그렸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2019년 9월 1일 바라봄홈스쿨의 시작점이다.

이렇게, 2024년 2월 29일 바라봄홈스쿨의 마침표이다.


홈스쿨을 시작하며 다짐한 것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한가지는 아이와 부모가 한팀으로 바라봄홈스쿨은 운영 되어야 하고 더이상 팀플레이가 되지 않거나 각자의 삶을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한명이라도 한다면 가감없이 마침표를 찍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갱신형 보험처럼 매년 홈스쿨을 갱신하다가 만 5년 6개월의 마침표를 찍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바라봄홈스쿨을 마무리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남는 건 추억인 듯하다.

처음 하는 일들에 대한 서먹함과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가는 부담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싶지 않지만 자꾸는 돌아가는 눈과 들리는 소리들, 때때로 시간이 지나갈 것을 알았지만 멈추었으면 하는 날도 있었고 때로는 힘들어서 시간이 지나갈 것을 알았지만 의식없이 흐르는 눈물보다 빠른 속도로 지나갔으면 하는 날들도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집중하던 나날 속에 나의 삶에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했던 홈스쿨을 이렇게 야속없이 보내지 말고 당당하게 인사하자고 정했다. 

홈스쿨 졸업식을 성대하게 치러보자. 

식순도 정하고 우리 홈스쿨을 응원하는 주변 지인에게 격려와 응원 영상도 받고 편집했다.

학교를 다녔으면 혹시나 상장이라도 받았을텐데 매년 집에서 주는 상장으로 대신해야 했으므로 나름 트로피도 준비하고 현수막도 제작하여 걸었다.

사회도 정하고 선물도 포장하고 마지막 순서가 남았다.

편지낭독!

남편은 1호에게, 엄마는 2호에게 쓰고 낭독하기로 했다. 절대 울지 않으리라를 다짐하며...

2호에게 편지를 쓰려고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2호의 당차게 시작하는 길에 나만의 생각이 들어가는 것 같아 어떤 글도 써지지 않았다. 졸업식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마음이 초조하기 시작했다.

길을 걸으며 생각하고 고민하고 기도하고 

밤을 새며 생각하고 고민하고 기도하고 

책도 보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기도하고를 반복하던 날

2호와 함께한 홈스쿨에서 엄마로서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그렇게 여전히 미흡했지만 엄마로서의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랬다.





사랑하는 2호에게     

홈스쿨을 시작하고 걸어가는 과정에

홈스쿨이라는 생각보단 함께 걸어가는 동역자인 엄마이길 원했고,

어떤 일에든 두려움이 하나님의 용기로 바뀌는 엄마가 되길 원했고,

한계에 부딪칠 때마다 사람에게 묻기보다 하나님에게 먼저 묻는 엄마이길 원했고,

주변의 안 좋은 소리가 들릴 때마다 ‘잠시 지나가는 바람소리’라는 생각을 먼저 하려는 엄마이길 원했고,

소심함이 담대함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고싶은 엄마이길 바랬고,

매 순간 가지지 못한 것을 보기보다 가진 것에 감사를 놓치지 않는 엄마이길 바랬고,

가진 것이 내 것이라는 생각으로 움켜지기보다 나누는데 기쁨이 넘치는 엄마이길 바랬고,

부족하지만 정직한 마음을 가지고 행동하는 엄마이길 바랬고,

실패라는 생각보다 종료휘슬은 울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먼저하는 엄마이길 바랬고,

만진 손과 전한 말에 하나님의 온기와 위로를 경험하는 엄마이길 바랬고,

부모로서 채워지지 않은 상처로 너를 조바심이 아닌 넉넉함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진 엄마이길 기도했고,

나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너보다 하나님이 주신 너만의 고유함이 더욱 빛나길 기도했고,

비본질에 힘쓰기보다 진리 앞에 굴하지 않는 뚝심있는 엄마로 살기를 기도했고,

걷는 걸음이 항상 하나님편에 서 있는 엄마이길 기도했고,

그 무엇보다 엄마인 나보다 너를 존재로 사랑하시는 예수님을 경험하기를 기도했었어.     

이제 그 길고도 짧았던 5년 6개월의 과정을 마치면서 돌아보니 한순간도 조용했던 날은 없었던 것 같구나. 돌아보니 아쉬움도 미련도 남는 것 같은데 아쉬움도 미련도 성장하는 과정이고 세상에 우연은 없다는 마음만으로 딱 접기로 했어. 분명 엄마에게 이 시간은 다시 한번 열정을 담아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음에는 분명하니까...     

엄마는 경험하지 못한 홈스쿨이라 우왕좌왕하며 보낸 시간도 있었고 뭔가 우쭐했던 기억도 있고 부모는 자녀의 표준값이라는 말처럼 엄마라는 존재감이 무거웠던 적도 가끔은 있었던 것 같아. 남들과 다른 유년시절을 보낸 너도 많은 생각과 기억이 남을 것 같은데 홈스쿨의 시간을 잘 마무리하며 새로 시작하는 중학교 생활에 지금처럼 밝은 미소와 마음으로 너의 고유함을 잃지 않는 2호가 되길 항상 응원하고 또 응원하고 기도할게.      

 2024.2.29.

홈스쿨을 마치며 2호를 존재로 사랑하는 엄마가




편지를 쓰면서 많은 눈물이 흘렀고 많은 시간을 돌아보게 되고 많은 시간을 감사하게 되고,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기대가 되었다. 

이 마음이라면 '그래 여기까지가 딱이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릴 적엔 나의 다리 길이가 아이들의 다리 길이보다 길기에 앞서 걸어갔지만 내 다리길이를 훌쩍 넘어 이젠 이 아이들이 걸어가는 길에 한발짝 뒤에 서서 기도하고 응원하는 조용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


이 아이들의 마음 속에 '홈스쿨'이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로 심겨져 있는지 모르겠다. 그 단어의 의미는 아마도 이 아이들이 자라 가정을 꾸려 본인의 자녀를 양육하면서 차근 차근 곱씹어 보며 자신의 삶에 적용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지금 현재 아이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시간일지도 모르나 적어도 난 이 홈스쿨을 애정한다. 적어도 난 편지 속의 엄마처럼 되고 싶어 나의 최선을 부려보는 시간이었고, 그 시간동안 참 뜨거웠고,

그 시간을 참 사랑했고, 그 시간이 참 행복했다. 


그간, 우리만의 리그, 바라봄 홈스쿨 매거진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바라봄 홈스쿨은 여기까지지만 다른 이야기로 우리 가정이 걸어가는 길을 기록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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