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물음에 상관없이 시크하게 자기 말만 하고 자기만의 공간으로 슬그머니 들어가는 1호이다.
더 묻고 싶었지만 오늘은 아니다 싶어 그냥 후퇴했다.
최근에 시간이 잘 맞지 않아 남편과 오랜만에 나가는 데이트이다. 아침부터 아이들 먹을거리와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느라 바쁘다. 어디로 가는지 뭘 먹는지 등의 우리 둘만의 시간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넘쳐나는 2호, 3호와는 달리 1호는 아무말 대잔치에 참여하지 않는다. 1호는 물끄러미 손을 꼼지락거리며 내민 손끝에 뭔가 매달려 있다.
1호가 내민 건 '만원짜리 지폐 한장'
"이거 뭐야?'
"엄마아빠 데이트할 때 커피 사 먹으라고"
지폐한장의 의미
아들에게서 받은 '지폐한장'은 거짓말을 조금 보태어 내 몸에서 두개의 심장을 확인한 날부터 지금까지의 스토리가 파노라마같이 지나가는 의미가 된다.
몇해 전 2호의 생일날 다같이 여행을 가던 차 안에서 "엄마,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내민 종이뭉치. 본인의 생일날 부모에게 쓴 편지였다.
돌아보니 난 내 생일날 내 부모에게 '고맙다'는 인사치레는 했지만 편지를 쓸 엄두는 못 내었다. 그러니, 당연 이 지혜와 감성은 부모로부터 배운 건 아닐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리 넉넉하게 챙겨준 것도 없는 것 같아 생일날만큼은 너하고 싶은대로 다 하라는 의미의 생일인데 아이는 힘든 고비를 넘길 수 있었고 힘들때 옆에 있어 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앞으로도 힘든 날이 있겠지만 지치고 힘든 사람에게 기쁨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선물로 받은 편지에 너라는 딸을 볼수 있어서 울고 싶을 때 일어날 수 있었다는 의미를 담는다.
선물로 받은 편지에 너는 우리집이라는 소중함을 알려준 존재라는 의미를 싣는다.
소금빵의 의미
3호가 자주가는 도서관 입구에 작그마한 카페가 있다. 3호는 도서관을 가는 날이면 그 곳에서 갓구운 소금빵의 뜨거움을 벌어진 앞니로 뜯어 먹으며 집으로 돌아 오는 것을 사랑하는 아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사랑일 것이다. 그날의 3호에겐 집에서 도서관으로 나서기 전 아빠가 생각났나 보다. 소금빵을 하나 사서 소금빵 속의 버터의 고소함이 새어나갈까 투명봉지에 담아 올려고 봉지를 챙겨서 도서관으로 갔단다. 소금빵이 나오는 시간을 기다리며 설레였을 3호를 그려본다. 투명봉지에 담아온 소금빵을 집 식탁에 놓으며 고소함이 새어 나오지 않길 바라며 어설픈 손으로 잘도 묶어 놨더라.
그 뜨거움을 바로 먹지 못하는 아빠에게 대한 안타까움이 못내 아쉬웠을까 피아노 가기전에 알차게 메모까지 붙여 놨더라.
'전자렌지에 15초 데워먹어'
잠시 외출하고 돌아온 우리 부부는 3호의 온기가 새어나갈까 그 소금빵을 먹지 못했다.
우리는 돈, 펜, 빵으로 각자의 방법으로 사랑의 의미를 담는다.
방법은 다르지만 그 의미는 동일하지 않을까
그 의미는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고수해야 하지 않을까생각 해 본다.
점점 세상이 그 의미를 흐리는 것 같아 더욱 진하게 칠하고 싶어진다.
사랑의 의미가 희색되거나 변색되거나 퇴색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물 같이 우리는 서로에게 의미가 된다. 아이들과 다양한 영역에서 선물이 내려 앉는 삶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