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공원,세화해변,해녀박물관
제주에서 시작하는 첫날이다.
다들 설레임을 숨기지 못하고 일찍 일어났다.
제주도에서는 다섯 식구가 식당에 들어가 먹기엔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었기에 점심은 도시락을 챙겨 다니기로 했다. 3호가 태어나기 전 네식구가 안동살이 1년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보온도시락을 매일 싸서 여기저기 자연을 즐기며 놀았다. 그때 생각이 물씬 나서일까 도시락은 나에게 추억이다.
아침 식사 후 도시락 준비시간 동안 아이들은 각자 해야 할 최소한 분량의 공부를 했다. 역시 공부는 동기가 중요하다. 집중도와 속도가 엄청나다.
도시락까지 준비 완료하면 아침 루틴 완성!! 이제 오늘의 일정으로 고고~
오늘 첫일정은 제주 4.3.평화공원이다.
제주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p536>
역사책에서 공부한 기억이 있는지 조차 모르겠지만 이 날 처음 본 것과 같았다.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언제까지 기억 할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역사임에는 분명하여 제주도에 올 때마다 이 곳을 기억하고 둘러 보자고 다짐했다.
제주 4.3평화공원의 박물관과 역사관 등 꽤 넓은 장소를 둘러 보고 나오니 오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맞은편에 위치한 어린이교통체험센터를 발견한 셋은 의기투합하여 구경가자고 했다.
그래, 뭐가 문제겠어. 가보자!
어린이교통규칙을 체험식으로 꾸며 놓았다. 앙증맞아서 유아기나 초등 저학년에게 안성맞춤일 규모였으나 우린 수준이 거기인지 아주 즐겁게 체험도 하고 증정품도 받아 나왔다.
파도소리가 너무 아름다운 세화해변 근처에 주차를 해 두고 차 뒤에 트렁크를 열어 모두가 둘러 앉았다.
늦은 점심시간이다.
점심으로 배도 채우고 눈으로 파다 풍경도 채운 뒤 해녀박물관으로 향했다.
제주도에 위치한 해녀박물관은 제주의 상징인 ''해녀''를 주제로 그들의 생활풍습, 무속신앙, 세시풍속, 해녀공동체뿐만 아니라 제주민의 역사, 여성, 생업, 경제, 해양, 신앙, 연희 등 제주의 전통문화를 총망라하여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안팎의 전시물들은 모두 해녀들이 기부한 것이며, 전시관 안에는 실제 해녀의 집도 기부 받아 옮겨와 있다.
해녀박물관 앞의 정원은 해녀 항일 운동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 항일 운동인 1932년 1월 시위에 참여한 해녀들의 2차 집결지였다. 그곳에는 해녀 항일 운동 정신을 기리고자 제주해녀항일운동비가 세워져 있어 제주 여성의 삶에 대한 강인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해녀는 제주의 역사였다. 해녀들은 아침마다 자신들의 해녀복을 입으며 '오늘도 많이 잡고 오고 , 살아서 돌아 올 수 있기를' 기도했다고 한다.
내용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오늘 아침 무엇을 기도했지? 살아서 숙소에 도착할 수 있기를 기도하진 않았다. 그저 아이들과 안전하게 즐겁게 재미있게 우리의 유익을 구하는 기도만을 했다. 부끄러웠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했는지 다들 피곤했는지 돌아오는 차안은 출발할 때랑 다르게 조용했다.
저녁을 먹고 숙소 근처를 산책하고 하루 느낀점을 말하고 내일이 더 기대된다고 했다.
나는 기도하고 잠들었다.
'내일은 나의 만족과 유익을 구하기 보다 다른이를 향한 책임감과 열심으로 살 수 있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