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굴,비밀의숲,광치기해변
제주의 해는 참 빨리 뜬다. 아니 내 맘이 빨리 뜬다. 제주를 좀 더 느끼고 싶어서이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허우적 거림 같은 맨손체조로 시작하고 각자의 공부를 마무리 한 후 출발이다.
만장굴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동굴로 제주 구좌읍에 위치 해 있다. 여름에도 시원하여 잠시 땀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이들은 무슨 동굴을 설명까지 들으며 관람하냐며 심드렁하다.
해설사님의 설명까지 들으며 새로운 소식을 많이 접했다. 물론, 아이들은 여전히 무슨 말인지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람을 궁시렁 거리기 시작했지만 그런 사사로운 소리에 마음 쓸 어머니가 아니다.
사진을 보니, 마스크가 인상깊다. 이제는 추억이 된 마스크가 저땐 일상의 큰 부분이었다.
지금은 큰 부분이라 생각하는 영역이 먼 훗날 돌아보면 그땐 그랬지를 읊조리며
므흣하게 바라볼 날이 오지 않을까?
그게 인생이지 않을까?
그런 막연함과 막막함을 붙들고 살아 나갈 힘이 생기는 거 아닐까?
동굴 안을 둘러보며 자연이 주는 위대함 앞에 인간의 나약함을 느낀다. 요즘 급변하는 기후변화를 실감하며, 나약한 인간이 저지른 위대한 자연이 살짝 눈 감아 주며 자신의 위대함을 더 뽐내듯 회복되기를 응원 해 본다.
이런 글을 쓰다보면, 웅장한 자연의 매력에 매료되어 사진 한장을 찍을 틈도 없이 그 웅장함을 무슨 어필로 담아 낼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참 글 쓸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이게 '나지'라고 스스로를 토닥거리며 다음 장소를 둘러 본다.
일정을 초이스하면서 만장굴과 오늘의 비밀의 숲은 컨셉이 뭔가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남편이 일정으로 먼저 뭍으로 나가야 했기에 온가족이 함께 소화해야 될 일정이 있었다.
예전엔 여행을 하면서는 사진이나 영상을 남기기보다 눈과 마음에 남기자. 기술도 없는 사진 구도 잡느라고 아름다운 광경과 밀려오는 생각을 흘려보내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니 사진이 남기고 싶어 졌다. 생각의 망각으로 잊혀 질 수도 있는 우리 이야기가 뭍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너희의 독립을 조금은 붙잡아 보고 싶은 마음으로 제주 출발 전 스냅 사진을 예약을 했다. 제주한달살이의 컨셉이 'Fall in Jeju'라 제주스럽게 찍고 싶어 일몰을 찍고 싶었으나 날씨가 을씨년스러워 일몰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더 비밀스런 제주 풍경 속에서 진행 했다.
작가님의 이런 저런 요청으로 만족스럽다.
기억도 나지 않는 돌사진 이후 처음이라 아이들은 신났다. 앉아라 서라 위를 봐라 아래를 봐라 45도로 고개를 돌려라 미소를 지어라 이가 활짝보이게 웃어라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등 전문 용어들이 난무하다.
부모는 자녀의 표준값이라고 한다. 참 찔리면서도 공감되고, 무서우면서도 힘이 되는 말이다.
내 부모에게 배우지 못한 모난 부분이 나에게서는 좀 둥글어져 아이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참을 서성이며 둘러 보았다. 그렇게 난 부모가 되고, 조부모가 되어 나도 살고 너도 살리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소망 해 본다.
제주에 입성하기 전 이 곳에서 반가운 인연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도했다. 우리만 즐기고 노는 문화가 아니라 반가운 사람과 함께하는 문화를 누리고 싶었다. 뜻하지 않은 타이밍에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서 살면서도 만나지 못했던 인연이라 생각지도 않았는데 사진 촬영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만났다. 그렇게 많은 인파 속에서 서로 끌리듯 서로를 알아 보고 인사하고 반가워 하며 다음을 또 기약했다.
약간은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가면 꼭 식사를 하리라 다짐을 한 채 다음 일정으로 갔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광치기해변!
하루에 많은 코스를 돌기보다 제주라는 풍경을 제주라는 냄새를 제주라는 사람을 스미듯 느끼며 접하며 한달을 보내기를 계획하고 왔기에 아주 제주스런 해변으로 마무리 했다.
어느 책에서의 문구처럼 '놀기위해 이 세상에 온거'처럼 생수병 하나로 2시간은 너끈히 놀았다. 해녀 박물 관 이후 꿈이 '해남'으로 바뀐 3호는 꿈을 펼치기라도 하듯 물질을 해 댄다.
어제 가정예배 시간 '우리 가족에게 제일 좋은 추억은?'이 질문이었던 3호의 대답은 '제주한달살이'였다.
특별한 일정 없이 매일 자연으로만 다녔는데 뭐가 좋았을까 하고 둘러보니 일상의 '함께함'이 잠깐의 '특별함'을 더 마음 깊숙히 내려 앉았구나 생각이 든다.
해변놀이를 마치고 나오려는 찰라, 기마사들이 해변가에서 말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채찍까지 흔들며 하는 훈련에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으나 매일의 훈련으로 인해 말근육이 생겼고, 그 근육으로 공연과 경연을 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이구나를 보게 되었다. 훈련의 근육이 없었다면 공연이나 경연에서 다칠 위험도 크고 결국은 공연장이라는 무대에 설 수가 없게 될테니까. 그걸 알기에 기마사들은 자신의 일부와도 같은 말들에게 채찍을 들어올리며 차갑고 거친 바닷물을 가로지르며 함께 훈련의 감당하는 것 같다.
내가 걸어가는 삶에도 때로는 바닷물같이 짜고 래프팅 할 정도의 물살이 쎈 강물같이 거침없는 길을 걸어야 될 때가 있다. 그래도 내가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음은 그 훈련의 끝이 있음을 알고 그 훈련을 나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이들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혼자, 개인'이라는 단어를 부쩍 많이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조심스럽다. '함께,같이'의 가치를 함께 더불어 아는 가족으로 성장하길 잠시 바라며 바다위로 지는 석양을 보며 숙소로 돌아 왔다.
역시 돌아오는 차안은 조용하다. 내일이 또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