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라디오 방송의 한 코너에서 책을 소개하던 젊은이가 있었다. 그의 말투는 조용했고, 그가 고른 책들은 소소하게 좋았다. 그저 그런 추천이 아니라, 뭔가 마음을 건드리는 구석이 있어 나는 종종 그가 언급한 책을 찾아 읽었다. 그중 하나가 김진영 교수의 『아침의 피아노』였다. 제목부터가 고요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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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라디오 방송를 듣다 알게 되었다. 그것도 꽤 오래전에. 나는 놀랐고, 그보다는 슬펐다. 오랜만에 듣는 지인의 부고를 접한 듯 마음 한편이 서늘했다.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아트 앤 스터디]라는 강의 플랫폼에서 김 진영 교수의 롤랑 바르트'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의 말투는 담백했고, 타자의 내면을 사유하는 깊이가 인상적이었지만 강의가 어려워서 지금은 기억에 희미한 그림자로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는 것이 있는데 그의 미소였다. 맑고 맑아서, 마치 미소년 같았다.
그의 부고가 아프게 다가왔다. 죽음은 누구에게든, 모든 것으로부터의 이별이기에 가혹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체온과 온기, 붉게 타오르는 노을, 비 오는 날의 바다,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격정을 더는 느낄 수 없다는 것. 그 어떤 철학도 이 감각의 상실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나는 고인이 자신의 죽음을 단상으로 풀어낸 메모 형식의 책을 읽었다. 읽는 동안 내내 가슴이 미어졌다.
책 중간쯤에 슈베르트와 뮐러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눈물을 왈칵 쏟았다’는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눈을 감았다. 당분간은 [겨울 나그네]를 읽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나는 (육신적으로) 깊이 병들어도 사랑의 주체다.”
이 문장을 읽으며 멈칫했다. 연약하면서 동시에 얼마나 단단한 선언인가.
아마도 ‘주영’ 씨가 그의 아내였던 듯하다. 김진영 교수의 글 어느 챕터를 펼쳐도, 아내와 관련한 글은 그녀의 밝고 화사한 웃음에 대한 찬사가 스며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그것도 예쁘고 소중한 자식을 함께 키우며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던 사람. 그런 이를 두고 떠나는 마음이란… 읽는 내내 나는 그 슬픔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었다.
죽음을 앞두고 삶에 대한 미련과 회한이 뒤섞인 마음이란, 도무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나는 책을 덮고 잠시 기도했다. 늦은 기도였지만, 정성을 다한다.
그래요, 선생님.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건너가는 것이라 하지요.
그곳에서 선생님 애정하시는 사색과 사유의 시간을 가지며, 조용히 기다리세요.
어느 날, 주영 씨가 활짝 웃으며 문을 열고 들어올 테니까요.
그가 남긴 마지막 문장이다.
R.I.P.
*이상하게도 나는 , 아침마다 ‘죽음’을 떠올릴 때면 더욱 성실하게 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