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고요한 소도시에서 찌낚시를 하며 세상을 배우던 소년에게, 부산은 그야말로 거대한 바다와 같았다. 낚시 찌의 미동을 읽어내던 나의 감각이 입소문을 타면서, 나는 이른바 '큰 물'이라 불리는 부산으로 스카웃되었다. 자금력을 갖춘 자산가들이 내 앞에 줄을 섰고, 그들과 함께 일하며 나는 비로소 자본의 중심부에 발을 들였다.
성공의 크기는 내가 상상하던 범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내 이름을 전면에 내건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설립했고, 사무실의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확장되었다. 지하철역의 화려한 전광판과 도심을 가로지르는 버스 옆면에는 나의 얼굴과 수익률이 선명하게 새겨진 광고가 붙었다. 사람들은 내가 정리한 주식 패턴 교육 자료와 차트 분석서를 얻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부와 명성이 쌓일수록 나는 이전에 느껴본 적 없는 재력을 얻었다. 주머니 속의 지폐는 늘어났고, 나를 우러러보는 회원들의 찬사는 달콤한 마취제처럼 내 의식을 마비시켰다. 하지만 그 화려함 이면에서 나는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 있었다. 개운못 저수지의 물결을 보며 익혔던 기다림의 미학, 그 고독하고도 숭고한 인내는 어느덧 안개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회원들의 조급한 갈증을 채워주기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의 유능함을 끊임없이 증명하기 위해 나는 짧은 호흡으로 승부를 보는 단기 매매, 즉 '단타'에 온 정신을 쏟기 시작했다. 전두엽에 남은 수술 자국이 다시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수술 후 얻은 깊은 집중력이 아니라, 도파민에 중독된 오만이 뿜어내는 열기였다.
연속으로 열세 번의 단타 종목에서 완벽한 수익을 거두었을 때, 나는 내가 시장의 파도를 지배하는 신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열세 번의 연승은 나를 돕는 행운이 아니라, 내 이성을 파괴하는 독이 되어 돌아왔다. 스스로에 대한 과도한 확신은 결국 비극의 씨앗이 되었다.
운명의 열네 번째 거래가 시작되던 날, 나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금액을 단 한 종목에 베팅했다. 나의 분석이 틀릴 리 없다는 오만함이 내 눈을 가렸다. 하지만 시장은 비웃기라도 하듯 내가 매수 버튼을 누르자마자 주가를 낭떠러지로 내동댕이쳤다.
예전의 나였다면 냉정하게 손실을 확정 짓고 물러났을 것이다. 하지만 열세 번의 승리가 쌓아 올린 자존심이 내 손가락을 마비시켰다. "반등할 거야, 내가 틀렸을 리 없어." 미련이라는 이름의 변종 종양이 다시 전두엽을 잠식했다. 손실을 인정하는 순간 나의 성공 신화가 무너질 것 같다는 공포가 뚜렷한 판단을 가로막았다.
결과는 처참했다. 그 종목은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결말로 치달았다. 내가 믿었던 숫자들은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되었고, 계좌에는 돌이킬 수 없는 구멍이 뚫렸다.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나를 신뢰하며 따르던 주변 사람들과 회원들은 차갑게 등을 돌렸다. 어제까지 나를 치켜세우던 찬사는 거센 비난과 원망의 화살이 되어 내 가슴에 박혔다.
화려했던 부산의 사무실에는 적막만이 감돌았고, 광고 속의 내 얼굴은 찢겨 나갔다. 모든 것이 무너진 빈자리에서 나는 다시금 뼈아픈 진실을 마주했다. 뇌종양을 걷어냈다고 해서 오만이라는 내면의 혹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 처절한 패배의 바닥에서 나는 결심했다. 나를 이 눈먼 질주로 몰아넣었던 단기 매매를 영원히 버리기로 했다. 도파민을 쫓아 이성을 마비시키는 단타는 더 이상 나의 길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열일곱 소년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했다. 개운못 저수지에서 찌를 바라보며 미끼를 물 때까지 기다리던 그 고독한 인내, 나의 초심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찾아야만 했다.
사람들이 떠나간 빈자리에 남은 것은 다시 마주하게 된 결핍과, 처절하게 부서진 자존심뿐이었다. 하지만 그 바닥이야말로 내가 진짜 '정답'을 세울 수 있는 유일한 토대였다. 나는 오만을 버리고, 기다림이라는 나의 뿌리를 다시 찾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