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유명한 소설인 '어린 왕자'는 자녀들이 어렸을 때 읽어주던 책이다. 시간이 한참 지나 다시 한번 책을 펼쳤다. 어린왕자의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왔다.
어린왕자는 자신의 별을 떠나는 ‘모험’을 통해 6개의 별들의 이상한 어른들과의 만남을 거쳐서 7번째 별인 지구라는 낯선 별에서의 비행사 아저씨와의 대화를 통해 진실된 관계를 맺는다. 예전에는 지나쳤지만 이번에 인상깊게 다가온 문장이 있었다.
"사람들은 다 별을 바라보지만 그건 같은 별들이 아니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들의 길잡이가 되어주지.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저 작은 불빛에 지나지 않아. 학자들에게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고 전에 말한 사업가에겐 금으로 보여. 하지만 저 모든 별들은 말이 없어. 아저씨는 ‘어느 누구도 갖지못한 별들을 갖게될거야.
어린왕자는 진정한 관계맺음을 통해 그저 그런 별중의 하나가 아닌 어느 누구도 갖지못한 소중한
관계를 발견하고, 자신이 키우던 장미와의 관계를 생각하며 그리고 스스로 독사에 물려 자신의 별로 다시 돌아간다.
만약 어린 왕자가 B-612호라는 안전한 울타리를 이탈하는 모험을 하지 않았다면, 스스로의 관계맺음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어린왕자의 삶을 교육에 대비시켜보았다. 아이들을 안전한 정답의 울타리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별을 향해 당당히 건너가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하지는 않을까?
인공지능(AI)은 세상의 모든 ‘대답’을 우리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내놓는다. 이런 시대에 여전히 남이 만든 정답을 맞히고, 안전만을 추구하며 정해진 틀에만 익숙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이를 시대의 낙오자로 만드는 일이다.
“호기심은 질문을 낳고, 질문은 성장을 견인한다.'
질문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안주를 추구하느라 모험을 할 수 없고, 결국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서지 못한다.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은 아마도 지식의 양이 아니라, 정해진 궤도를 이탈해 새로운 길을 묻는 ‘모험하는 마음’이 아닐까 한다.
사회적 편견이라는 궤도를 이탈해 스스로를 바로 세운(나세움) 사례로 오현호 작가의 파일럿 도전기를 우연히 보게되었다.
그는 한때 평범한 청년이었고, 주변에서는 그의 환경과 스펙으로는 파일럿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세상이 정해준 정답은 대기업같은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것’이었지만, 아마 그는 자신이 인생에서 도전하는 목적과 가치를 끊임없이 질문하지 않았을까?그는 사막 마라톤을 완주하며 얻은 소중한 질문을 품고,또 다시 아무 연고도 없는 미국으로 떠나 비행 교육에 도전했다. 수많은 추락의 공포와 언어의 장벽을 뚫고 그가 마침내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조종간을 잡았을 때, 희열과 기쁨은 이루 말할수 없을것이다. 수많은 도전과 자신에게 던진 질문을 붙들고 해결하기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파일럿이 되지 않았을까?
파일럿이 되는 과정은 단순히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궤도를 스스로 결정하는 법’을 터득한것이다.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가기 위해 독사에 물리는 선택을 한 것은 자살이 아닌 육체라는 껍데기를 벗고 영혼의 완성을 향해 나아간 것이라고 한다.
오현호 작가는 SNS에 올린 글에서 '왜 우리는 문제를 푸는 능력 하나를 가지고. 모든아이를 평가하려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지점도 아이들에게 주어진 답을 찾는것에서 안주하는 법이 아니라, 자신의 별을 찾기 위해 기꺼이 기존의 안전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몇가지 제안을 해본다.
첫째 ‘정답 없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수업이다.
모든 수업의 시작을 교사의 설명이 아닌 학생의 질문으로 시작해보는건 어떨까?진도에 쫒기듯이 일방적인 설명이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함으로써 수업을 연다. 예를 들면 "오늘 배울 내용에서 궁금한 점 3가지 적어보기" 혹은 "AI가 내놓은 답변에서 동의하지 않는 부분 찾아보기" 등 사소한 질문이라도 시작해본다.
둘째, 실패가 스펙이 되는 ‘모험 기록장’ 작성하기
어린왕자가 6개의 별에서 진정한 만남엔 실패했지만 마지막 지구에서 중요한 만남을 통해 자신의 별을 찾았듯이 학교에서도 ‘성공’이 아닌 ‘시행착오’를 기록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어떨까? 결과물(성적) 중심이 아닌, 수행과 프로젝트 과정에서 겪은 난관과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서술형으로 기록하여 학생의 성장에 대한 생활기록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보자.
셋째, 학생자율선택 시간표 운영이다.
고교학점제의 정해진 교육과정 외에 자신이 스스로 주제를 정해 탐구하는 ‘자기 주도 프로젝트’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시간표에 명시하는것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자신에게 던진 질문과 질문을 통해 모험하는 실천력’은 AI가 대신 해줄 수 없다. 학교가 아이들의 ‘질문하는 마음’을 소중히 지켜주고, 학생 스스로 자신만의 조종간을 잡고 궤도를 개척하도록 교육당국이 지원해줄 때, 비로소 ‘나세움’의 교육이 잘 이뤄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