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일상의 순간 속에 예술이 있다.”
그 문장은 내 기억의 한 장면을 불러냈다 — 할머니의 주름이었다.
어렸을 때 나는 할머니의 자랑이었다.
할머니는 어딜 가든 내 이야기를 꺼냈다.
비록 할머니 손에 컸지만,
엄마 아빠가 다 있는 친구들보다 공부도 잘했고
전교 회장도 했었다.
그런 점들이 어쩌면,
속앓이 하던 할머니 마음속엔
잔잔한 위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점점 내 이름을 잊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내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셨다.
그렇게 할머니의 속앓이는 나에게로 왔다.
입대를 앞두고 큰절을 드리러 갔던 날,
할머니 곁엔 철없는 동생과 복지사분만 계셨다.
복지사분이 말했다.
“할머니, 손자 데리고 꽃구경 한번 갑시다.
손주 운전면허 땄다카데요.”
그 한마디에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러운 손자가 되었다.
그날 나는 걷지 못하던 할머니를 업고
난생처음 꽃놀이를 갔다.
저마다 젊음을 뽐내던 꽃들 사이에서
나는 할머니의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
그때 보았던 꽃이 어떤 이름이었는지,
그때 할머니 마음이 어땠는지
이제는 알 수 없지만,
‘먹먹하다’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나는 늘 열심히 살아왔고,
후회는 거의 없는 편이지만
그날, 사람들 앞에서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한마디를 왜 그렇게 못했을까.
몇 년 뒤, 더 깊어진 주름을 안고 떠나신 할머니.
우리 할머니는 내 젊은 인생에서
가장 가볍고도 따뜻한 명장면이다.
“독자분들에게도 다름 아닌 가족이 명장면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