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이 생긴 너에게.
어릴 때 너는 언제나 내 뒤를 쫓아다녔다.
형아, 형아 하며 웃던 그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남아 있다.
그때의 너는 내 친구였고, 내 동생이었고,
때로는 내 부하이기도 했으며, 적의 적장이기도 했다.
너는 내 기억 속에서 여러 얼굴로 존재하는 사람이다.
설날이었지.
천 원과 오천 원을 구분하지 못하던 너는
내 천 원을 네 만원과 바꾸자고 했을 때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남이라고 늘 나를 먼저 챙기던 할머니께 투정을 부리면서도,
언제 어디서든 나를 너의 대장이라 부르던 너.
어린 너는 순수하고, 또 그렇게 당당했다.
그렇게 너는 엄마 아빠의 빈자리를
어린 마음으로, 그러나 씩씩하게 채워주었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고, 할머니는 스스로 일어설 수 없게 되었지.
그때 너는 아직 작았는데,
차가운 손으로 찬물에 밥을 지으며
어른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너와 나는 그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어갔다.
오랜만에 함께 목욕탕에 갔던 날,
뽀얗고 둥글던 네 등이
이젠 스스로를 거뜬히 챙길 수 있는 너비를 가지게 되었음을 보고
나는 그 누구보다 기뻤다.
지금 네 옆에 있는 너의 짝에게도,
너를 믿고 너와 미래를 약속한 그에게도
나에게 그랬듯
당당하고 따뜻한 사람이길 바란다.
부족한 게 많았던 우리의 어린 시절은
이렇게 내 마음을 가득 채울 만큼 아름다웠다.
이제 새로 생길 너의 가족에게도
너는 여전히 예쁘고 든든한, 그런 너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