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바라보는 시

박웅현 작가의 천천히 다정하게를 읽고

by 코어랩 입시전문


박웅현 작가의 『천천히 다정하게』는 그의 시선으로 시를 읽는다는 기대를 주었다.

군대 시절 처음 만난 그의 책은 『책은 도끼다』였다. 스물세 살 쯤이었을까.

그 책이 좋았던 이유는, 내가 처음으로 책을 읽고 그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멀어졌던 책을 다시 펼친 순간, 나는 그가 독자에게 거창한 깨달음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신, 매일의 평범한 순간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그가 소개하는 시들은 아스팔트 위에서 안간힘을 다하는 노란 민들레 같다.

그는 말한다. “일상의 순간 속에 예술이 있다.”

숨 가쁘게 흘러가던 시간 속에서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예술을 놓치고 살아왔던가.

혹은 그것이 이미 떠나간 내 벗의 얼굴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왜 모든 걸 그렇게 서둘러야만 했을까.’

빠르게, 효율적으로, 남보다 조금 더 앞서 가는 것만이 능력이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느리더라도 다정하게 살아가고 싶다.

사람과 시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천천히 다정하게』는 내게 단순한 독서 경험이 아니었다.

그건 내 삶의 속도를 다시 조정하게 만든 조용한 신호였다.

가만히 앉아 한 번에 읽기에는, 느끼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 책이다.

곁에 두고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할, 먼저 산 어른의 조용한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