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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Aug 28. 2024

내가 나에게 보내는 글

삶은 가끔씩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다. 그럴 때면 나는 생존 모드에 빠져든다. 생존 모드에 있을 때 뇌는 눈앞의 위협과 당장의 필요에만 집중하게 된다.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뇌의 편도체가 과부하 상태에 빠지면서, 긴 호흡의 계획을 세우거나 감정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사라진다. 하지만 사랑을 이루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여유와 장기적인 계획이다. 나는 사랑이나 결혼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나 열정, 그리고 한때 나를 설레게 했던 여러 관심사에 흥미를 잃은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지금 내 뇌가 나를 지키느라 바쁠 뿐이다. 무엇과 싸우는지, 누구와 싸우는지도 모른 채 끊임없이 싸우고 있을 뿐이다. 무엇을 잃지 않으려고, 무엇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나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습관들을 바꿔야 할 책임이 내게 있음을 점점 더 깨닫게 되었다. 더 이상 누군가가 와서 나를 구해주리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이제는 내가 나 자신의 영웅이 되어야 한다. 과도하게 주고, 지나치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작게 만드는 방식을 버려야 한다. 더 이상 스스로를 과하게 설명하지 않고, 나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며, 항상 최악을 예상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가 걸어가고 싶은 문들이 열리지 않는 것은, 아마도 내가 그 문을 통과할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동안 나는 내가 사회불안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미운 오리 새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치료사가 말했다. "당신이 사회불안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당신이 주변에 잘못된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해요." 그 말이 나에게 깊이 와닿았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 주변 사람들이 나와 맞지 않거나 나에게 해로운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내 삶에 들일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상처들로부터 치유 중이다. 너무 깊이 박혀 결코 아물지 않을 것 같은 상처들이다. 트라우마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은 내 안에 남아있지만, 나는 그 영향력을 줄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대부분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은 이미 지나간 일들이고, 내가 바꿀 수 없는 일들이다. 이제 더 이상 그것들이 나를 아프게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내가 걱정하는 많은 것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의 나에게 집중하면, 나는 흔들리지 않는 힘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것도 나를 흔들 수 없게 된다.


세상은 내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결심하고 그것을 향해 전력을 다하면, 세상은 나의 노력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내가 내리는 매일의 선택들이 나의 현실을 바꾸고, 나는 그 선택들이 나를 기쁨과 성취에 더 가까이 데려가도록 배우고 있다. 하루의 끝에, 나는 살아있다는 것에 사랑에 빠지고 싶다. 매 순간 숨을 들이쉴 때마다, 내 주변의 공기를 느낄 때마다, 아침 햇살을 볼 때마다, 그리고 내일의 무한한 가능성을 끌어안을 때마다, 나는 다시금 사랑에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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