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은영 Oct 30. 2024

나와 닮은 사람들을 찾아서

Find your own happy dummy.

어릴 적 나에게 사람은 마치 서로 다른 퍼즐 조각 같았다. 모든 조각이 모여야 하나의 완전한 그림이 완성되듯, 서로 다른 점이 많을수록 더 좋은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친구,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연인을 만나면서 나는 그들로부터 배우고,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나라는 사람을 위해 세심하게 디자인된 조각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그때의 나는, 사실 다름 속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마다 나의 감정적 반응이 과연 정답인지, 상대방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했다. 상대가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을 때, 나는 내가 너무 민감한 건 아닌지 고민했고, 냉정하고 이성적인 의견을 들으면 내가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와 다른 이들 속에서, 나는 자꾸만 나 자신을 잃어갔다. 상대가 원하는 모습에 맞추어야 한다는 압박이 컸고, 나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나는 그 관계들 속에서 온전한 나로서 편안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는 것을. 그러던 어느 날, 나와 닮은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는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이었고, 가끔 엉뚱한 상상 속에 빠져 웃음을 터트리는 나와 참 많이 닮아 있었다. 함께 있을 때 우리는 서로의 작은 실수를 웃어넘겼고, 감정의 파도에 솔직하게 반응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친구와 함께할 때면, 마치 거울 앞에 선 것처럼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다움”이라는 것이 이런 기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다움은 나 혼자만의 성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나와 닮은 누군가로부터 공감을 받을 때 비로소 나다운 모습이 드러났다. 우리는 때로 다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와 다른 성격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부족한 점을 채우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러나 그 다름이 언제나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다름 속에서 자신을 숨겨야 했고, 그 과정에서 점점 내 본래의 모습을 잃어갔다.


지금은, 나와 닮은 사람들 속에서 내가 편안함을 느낀다. 서로의 감정을 쉽게 이해하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런 관계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더 온전히 느낀다. 이제는 나와 다른 이들을 억지로 맞춰가며 변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와 닮은 이들과 함께 있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 속에서 나는 진짜 나다움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들이 내 곁에 있을 때, 나는 더 이상 나를 바꿔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하는 순간들 속에서 나는 더 솔직해지고, 더 나다워질 수 있다.


이제야 나는 조금 알 것 같다. 나다움이란, 억지로 다름을 맞추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닮음을 통해 자신을 편안히 드러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며 나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나와 닮은 사람들 속에서 내 모습이 더욱 선명해진다. 다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조금 늦게 찾은, 진정한 나다움이다.


나다움이란 결국 다름 속에서 나를 바꾸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닮음 속에서 나를 지켜내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믿음의 경계에서 배운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