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은영 Nov 08. 2024

불안의 시간 속에서 나를 건져줄 생각

지인의 장례식장에서 다시 불안이 몰려왔다. 나에게 직접 상처를 남긴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그 시절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던 사람들과 마주할 때면 언제나 그때의 감정 속으로 되돌아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집에 돌아와서는 밤새 악몽에 시달렸다. 심장이 마구 뛰어 손으로 부여잡고서야 겨우 아침을 맞았다. 흐린 눈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아무리 나를 다그치고 다독여도 불안은 초겨울의 냉기처럼 내 안에 스며들어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순간에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다시 불안이 찾아올 때, 나를 조금 더 빨리 진정시켜줄 생각은 어떤 것일까.


신기하게도 직장에서 익숙한 동료와의 사소한 대화가 마음속 한기를 녹여준다. 모든 불안이 한순간에 사라지지는 않지만, 얼어붙었던 심장에 서서히 피가 돌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그래, 나에게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과거의 세상과 관계가 무너졌다고 해서 내가 인생에서 실패한 것은 아니다. 나는 미숙했고 어리석었으며 때로는 엉뚱했지만, 그때는 지금의 내가 아는 것을 몰랐을 뿐이다. 그러니 나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이번에는 다르게 할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은 기록해 두어야겠다. 불안에 갇혀 얼어붙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빨리 녹아내릴 수 있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사는 게 재미없던 날의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