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 참 고단했었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데에 모든 힘을 쏟았다. 아침이면 일어나야 했고, 밤이면 지쳐 잠들었다. 그 반복 속에서 왜 그렇게 애를 썼는지, 무엇을 향해 가고 있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땐 그냥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았고, 그 무게를 버텨낼 자신도 없었다. 그렇게 버텨냈던 날들은 내 몸에도 마음에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몸은 늘 피곤했고, 마음은 늘 불안했다. 누군가는 이 시기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하지만, 나는 사실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아주 조금 여유가 생겼다. 물론 엄청나게 풍족하거나 편안한 상태는 아니다. 그저 잠시 걸음을 멈출 수 있을 만큼, 고민할 시간을 허락받을 만큼의 여유다. 이 길이 맞는지, 이 선택이 옳은지 두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 확신은 없다.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정확히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도 그때와 다른 점은 있다. 이제는 어딘가로 가야만 한다는 강박에 매달리지 않는다. 아니, 매달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청년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그리고 그 시기를 살아내는 건 생각보다 길고 어려웠다. 그때의 나는 모든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것이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질려 있었다. 그래서 더 불안했고 더 지쳤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아보니, 그렇게나 매달렸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꼭 그랬어야만 하는 일도, 꼭 가졌어야만 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고단함이 모두 헛된 것은 아니다. 그 시절에 내가 품었던 조급함이나 불안함, 그리고 그것을 견디게 해 준 끈질김은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여유롭지 않은 여유라도,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그때를 지나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냥 걸으려 한다. 길을 잃었다고 느끼는 날도 있겠지만, 어쩌면 길을 잃어야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리고 멈춰 서서 고민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시 걸음을 뗄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