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사람다움을 보여주는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했다.
밤늦게 귀가하던 중 낯선 남자들과 마주치고 겁을 먹은 나의 해방일지 속 미정을 위해 뒤따르던 구 씨가 일부러 봉투에 담긴 술병들을 쨍그랑거리며 걸어 인기척을 내던 장면.
그리고 나의 아저씨 속 지안이 차 뒷좌석에 앉아 혼잣말하는 듯 말을 건네던 장면.
“아저씨가 자주 했던 말 중에 그 말이 제일 따뜻했던 것 같아요. 뭐 사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 아줌마한테 전화해서 하던 말.”
유독 자주 생각나는 장면들이다.
뭐 사가?
내가 들었던 말 중 따뜻했던 말은 뭐였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안부를 묻는 말이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어떻게 지내? 잘 지내고 있어? 별일 없지?” 하고 하루 걸러 하루 안부를 묻는 이들이 있었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것도 아니고 며칠새 별 일이 있었을 리도 없는데 통상적으로 어쩌다 한 번씩 물을 안부를 거의 매일같이 물어왔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말은 결국 ”너 거기 잘 있지? 내가 여기 있어! “ 하는 염려와 관심이었을 것이다.
항상 염려해 주어 고마운 구 씨의 쨍그랑거리는 소리 같은 사람들.
그래서 나도 가끔 뜬금없이 안부를 묻곤 한다. “너 거기 잘 있지? 내가 여기 있어!” 하는 무언의 소리가 들리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