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테트리스처럼 (2024)

by 최은영

내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게임은 테트리스다. 하지만 오래도록 이 단순한 게임조차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이 게임의 핵심은 얼마나 완벽하게 쌓느냐가 아니다. 실수를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어가는 힘이 중요하다. 어그러진 판 위에 블록을 다시 가지런히 쌓아가며 만회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나는 블록이 하나라도 잘못 놓이면 다 끝났다고 여기고, 자폭하듯 게임을 서둘러 끝내버렸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태도가 삶 속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생에는 ‘새 게임’ 버튼이 없다. 어제의 잘못은 오늘의 나를 만들고, 지워지지 않은 채 다음 수를 결정짓는다. 누구도 한 치의 실수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돌이켜보면, 실수의 의미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 떠오른다. 주인공 요조는 사회의 위선 속에 적응하지 못하고 술과 방탕으로 자신을 갉아먹다 끝내 무너진다. 허구이자 동시에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었던 이 비극은, “부끄럼 많은 생애를 살아왔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압축된다. 그 한 문장은 우리 모두가 크고 작은 잘못과 부끄러움 속에 산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나는 그 문장을 읽을 때마다 내 안의 완벽주의와 마주한다.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잣대가 깊이 박혀 있었고, 작은 삑사리에도 쉽게 무너졌다. 요조가 자포자기했듯, 나 역시 사소한 실패 앞에서 삶 전체를 무의미하게 여기며 멈춰 섰다. 완벽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기준이 철창처럼 나를 가두었다.


요조의 삶을 마주하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실제로 “끝”이라 여긴 순간들이 지나고 보니 인생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패는 낙인이 아니라 다시 시도해 보라는 기회일지 모른다. 삶은 늘 그렇게 두 갈래 길을 내 앞에 놓는다. 잘못된 선택 앞에서 멈춰 시간을 흘려보낼 수도 있지만, 마음을 추슬러 균열 옆에 또 다른 블록을 얹으며 판을 이어갈 수도 있다. 하루를 망쳤다고 내일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고, 한 번의 실수로 관계 전체를 단절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을 끝으로 여기지 않고, 다시 시도할 용기를 잃지 않는 일이다.


테트리스는 삶의 축소판 같다. 살다 보면 삶이라는 판 위에 틈과 균열을 남길 수 있다. 완벽하게 쌓지 못한 흔적들은 흉터처럼 남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야기와 기억이 되어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이제 나는 블록을 잘못 놓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다음 블록을 기다리며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배우고 싶은 태도다. 틈 위에도 삶의 조각들을 쌓아가며, 매끄럽지 않더라도 나만의 무늬를 완성해 가고 싶다.


삶은 쉽게 리셋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완벽하지 않아도 이어가는 힘이 필요하다. 나는 불완전함 속에서 계속 쌓기를 배우고 있다. 그것이 내가 테트리스와 요조의 비극을 통해 새롭게 얻은 삶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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