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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양팔저울


내 접시 0, 네 접시 0.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지.


시간이 지나자 접시 위엔

서로 다른 무게의 계절들이 조용히 쌓여갔어.


어느새 나는 40, 너는 30.

그 지점부터 우리는 미세하게 어긋나기 시작했고.


지금 나는 50, 너는 90.

서로 다른 각도로 꺾인 채, 우리는 멀리 기울어졌다.


너는 침묵 속에서

네 90의 무게 중 20을 덜어 내 접시에 건넸다.


너의 비움이 나의 채움이 되어

우리는 다시 수평을 이루었고

그 위에서 또다시 서로를 바라본다.


너는 알고 있었던 거야.

저울이 끝없이 기울어도

네 사랑이 나를 향해 흐르는 한

우리는 결국 같은 눈높이에 머물게 된다는 것을.


행복이 홀로 닿는 ‘100’이 아니라,

균형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이 항해라는 것을.


우리는 끝끝내 가장 완전한 수평을 찾는다.

나는 네 곁에서 그런 사랑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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