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때 내 주특기는 이른바 '엑기스' 노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모든 교과서와 참고서, 강의 내용을 섭렵해 알짜배기만 추려낸 뒤, 시험 날까지 그 노트만 무한 반복해서 본다. 이 작업은 보통 시간이 드는 게 아니다. 그래서 시험 전까지 두세 번은 회독할 수 있도록 아주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시간을 안배해 노트를 완성해야만 했다. 더 효율적인 방법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이 방법이 확실히 통했다.
한국에서 일을 시작하며 자기 계발서에 눈을 떴다. 2, 3년 정도는 정말 죽어라 자기 계발서만 읽었던 것 같다. 지금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어 흥미를 잃었지만, 당시엔 그 책들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 매뉴얼로 만들고 제본까지 해버릴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이 공부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더 이상 종이 위에서 치르는 시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머릿속 이론을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게 참 익숙지가 않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결국 실행력, 즉 움직이는 것이다.
1988년에 탄생했다는 나이키의 슬로건 'Just Do It'은 2018년 무렵 다시 거세게 유행했다. 처음에는 그 문구가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집안 곳곳 눈에 띄는 곳마다 도배를 해두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무엇을' 그냥 해야 할지는 여전히 막막했다.
이제야 나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일단 생각이 떠오르면 그냥 저지르고 보는 거다. 그래야 스토리가 생기고 방향성이 보일 테니까. 그래서 이것저것 저지르는 중이다.
압구정 미용실에 가서 8만 8천 원짜리 커트를 받아보았다. 너무 멀어서 두 번은 가지 않을 것 같지만, 이 또한 경험이다. '이런 곳이 있구나', '2만 원짜리 커트와는 이런 게 다르구나'를 직접 몸으로 배운 셈이다.
올해는 미루고 미루던 결혼 숙제도 끝내야겠다 싶어, 직접 가보고 싶었던 결혼정보회사를 찾아갔다. 몇 년 전 부모님 등살에 떠밀려 억지로 끌려갔던 때와는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대표님의 화려한 말솜씨에 홀려 예정에도 없던 당일 결제까지 해버렸지만 후회는 없다. 인연을 만나면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고, 썰을 얻으면 이야기가 풍성해질 테니 어느 쪽이든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일단 저지르면 무엇이든 남는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답은 그저 움직이는 것뿐이다. 올해 나의 키워드는 단연 실행력이다.
자, 이제 다음엔 또 무엇을 저질러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