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1
작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문득 삼국지가 읽고 싶어 중고 전집을 샀다. 어릴 적 친구 집 거실마다 놓여 있던, 이문열 평역의 그 노란 표지 세트였다. 당시엔 몇 번이고 도전해 봤지만 당최 등장인물은 왜 그리 많고 맥락은 또 왜 그리 복잡한지. 내 인내심은 늘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맺기도 전에 바닥나곤 했다.
박스에서 꺼낸 책은 중고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 권 한 권 정성스레 비닐로 감싸진 새것 같은 상태였다. 전 주인이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귀하게 읽었을지 가늠이 되어, 대체 왜 팔게 되셨을까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그런 정성이 깃든 책을 받아 들고도 몇 개월이나 책꽂이 장식품으로 모셔만 두었는데, 드디어 제대로 한번 읽어보자는 결심이 섰다.
계기는 최태성 선생님의 《최소한의 삼국지》였다. 이 책으로 역사의 뼈대를 먼저 잡고 나면 10권이라는 대장정을 완주할 힘이 생길 것 같았다. 물론 요약본을 읽다 보니 ‘이걸로 충분한데 굳이 전집까지?’라는 유혹이 생기기도 하지만, 칼을 뽑았으면 끝까지 가봐야 하지 않겠나.
지금은 《최소한의 삼국지》 를 읽으며 95부작 드라마를 병행 중이다. 저녁 식사 후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하루 두세 편씩 시청하는데, 내용을 미리 파악하고 보니 확실히 몰입감이 다르다. “에구에구, 저런 조조 같은 놈!” 하며 함께 혀를 차며 보니 재미도 배가 된다. 한 달 후에는 '침착맨의 삼국지 완전판'을 가이드 삼아, 본격적으로 저 노란 전집을 펼칠 계획이다.
삼국지가 시대를 불문하고 최고의 고전으로 대접받는 이유는 단순히 전쟁 이야기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그 속에 인간사의 모든 경우의 수가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매번 입구에서 서성이던 이 거대한 세계를 올해는 기필코 돌파해 보리라.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