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2
우선 『최소한의 삼국지』를 다 읽었다.
사건은 왜 이렇게 끊임없이 터지고, 인물은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읽다 보면 ‘어? 아까 걔가 얘였나?’ 싶어서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길 여러 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시험 공부하듯 요점 정리를 시작했다. 지나가던 엄마가 "어머! 얘 좀 봐. 그냥 재미로 봐, 재미로~"라고 하셨지만, I'm a visual learner obviously..
그래도 A4용지 세장에 걸쳐 정리하고 나니 어찌나 뿌듯한지.
조조와 유비라는 두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먼저 조조를 보며 든 생각. 나는 늘 완벽한 정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만 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곤 하는데, 조조는 달랐다. 일단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위험마저도 자기 곁에 두고 관리하는 유연함이 있었다. 결국 인생은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과 유연한 수정의 반복이라는 걸 조조는 몸소 보여준 셈이다. 나도 너무 머릿속으로만 시뮬레이션 돌리지 말고, 일단은 좀 저질러보고 수습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몰랐던 건 아니지만 "새삼".
유비의 삶은 또 다른 위로가 된다. 그는 정말 긴 시간 동안 자기 사람과 기회가 없어서 밑바닥에서 고생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텼기에 결국 제갈량을 만났고 자기 자리를 찾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유독 와닿는 밤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성과가 안 보인다고 해서 내가 틀린 건 아닐 거다. 유비처럼 사람 소중히 여기면서 내 시간을 묵묵히 버텨내면, 나에게도 나를 채워줄 결정적인 조각이 나타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계륵이라고 느낄 때는 생각보다 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대목에서 "맞아, 그렇지.." 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의 고민에서 벗어나 왜 이런 고민을 하는 상황이 됐는가를 살펴보아야 자신이 바라는 결정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고민이 길어진다는 건 이미 내 마음 어딘가에 답이 정해져 있거나, 혹은 욕심 때문에 놓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겠지.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건 힘센 사람이 아니라, 자기 욕심을 절제하고 끝까지 견디는 사람이라는 사실. 조조처럼 빠르게 결정하고, 유비처럼 끈기 있게 버티되, 불필요한 미련은 계륵처럼 털어버릴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