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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올해 들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주먹 쥐고 뒤에 서 있어”였다. 너무 웃겨서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메모장에 적어 두었고, 볼 때마다 아직도 웃음이 난다.


내막은 이렇다.


직장에서 나에게 부당한 요구가 있었다. 겉으로는 ‘협업’이라 포장됐지만, 사실상 “문제 생겼으니 네가 알아서 해결해라”는 뜻이었다. 내가 실수한 것도 아닌데, 부탁도 아니고 명령처럼 들리는 말투가 나를 단숨에 화나게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런 일이 도대체 몇 번째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부당했다. 이번에는 그냥 넘기지 않기로 했다.


담당자를 찾아가 내 생각을 전했다. 얘기를 마치고 문을 열고 나오는데, 복도 끝에서 가장 키가 큰 우리 팀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고 있었다.


“왜 따라왔어요?”


물었더니, 그가 대답했다.


“‘주먹 쥐고 뒤에 서 있으라’고 하셔서요.”


옆자리 선배가 보냈다고 했다. 같이 가서 대신 싸워줄 수는 없으니, 혹시라도 내가 밀리면 옆에 든든한 사람이 서 있게 하려는 마음이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오래도록 마음이 따뜻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는 걸, 선배를 통해 또 한 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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