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머리를 자르러 갔다.
긴장된 얼굴로 서 있는 신입 직원인지 인턴인지 모를 청년이 눈에 띄었다. 그는 신입 특유의 풋풋하면서도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머리를 감고 자리에 돌아오니 왼쪽에서는 실장이, 오른쪽에서는 그 청년이 머리를 말려주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계속 쳐다보면 부끄러울까 싶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꽉 물어야 했다. 오른쪽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그의 손길은 신생아를 목욕시키듯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어떤 표정으로,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을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
나도 그런 시기를 거쳐왔다. 내 환자들도 그렇게 느꼈을까? 나를 애처롭고 귀엽게 봐주신 분들도 계셨겠지. 성난 환자들의 높은 고성이 뇌리에 깊게 박혀 있지만,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조용히 나를 응원해 주신 분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사회 초년생들을 보면 그때의 내 모습과 겹쳐져 더 애틋하고 응원해 주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 초년생들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품어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