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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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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Jul 20. 2024

상반기 책 기록

나는 꾸준히 책을 수집하는 책 애호가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맥시멀리스트로서, 책을 살 때는 가급적 집에 있는 책들을 되팔아 생긴 돈으로 새로운 책을 산다. 그렇게 책꽂이 두 개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만 책을 소유하고 있으며, 자주 정리하면 벌레도 멀리할 수 있어 좋다.


올해 상반기에 사서 읽고 좋았던 책들만 기록해보려 한다. 사기만 하고 읽지 않은 책들도 있고, 기대와 달리 실망했던 책들도 있으며, 읽다 만 책들을 되팔아버리기도 했다.


1.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 무레 요코 (소설)

이 책은 제목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 것 같았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다 읽고 넷플릭스 시리즈도 다 보았다. 좀 더 잔잔하고 느린 버전의 '리틀 포레스트' 같은 느낌이었다.


2.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소설)

어렸을 때는 그 깊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커서 다시 읽어보니, 작가의 천재성이 느껴졌다. 인생의 진리를 소설 속에 잘 녹여낸 작품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책이란 이런 거겠지. 처음부터 끝까지 감탄하며 읽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질문에 많은 답을 해준 책이다.


3. 다시 세상 끝의 카페 - 존 스트레레키 (소설)

전작이 좋았기에 기대가 컸던 책. 하와이 배경의 자기 계발서 같은 소설이다. 하와이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읽어서 더 좋았을까. 뻔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시 한번 나에게 용기를 준 책이다.


4. 나의 돈키호테 - 김호연 (소설)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불편한 편의점'의 작가 신작. 김호연 작가는 사람의 사람다움을 표현해 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어쩜 이런 캐릭터들을 이렇게 만들어내는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5. 링컨 이야기 - 데일 카네기 (전기)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링컨의 삶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가 만난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존경받는 삶을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6. 헬렌 켈러는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 - 앤 설리번 (수기)

헬렌 켈러의 입장에서 말고, 선생님으로서 앤 설리번이 쓴 글은 신선했다. 앤 설리번은 '사운드 오브 뮤직' 속 마리아 같은 가정교사였다. 뭉클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다.


7.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소설)

우연한 소개팅에서 듣게 된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던 소개팅남 덕분에 알게 되었다. 드라마로 알고 있던 나는 “드라마요?” 하고 답했고 그의 당황스러움이 지금도 생생하다. 책 속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 읽는 재미는 있었지만, 왜 고전들은 이런 내용들이 많은 걸까. 날것의 인간 본성을 드러내면 고전이 되는 걸까.


8. 센 강변의 작은 책방 - 레베카 레이즌 (소설)

파리의 낭만을 담은 이 책은 마치 여행을 하는 기분을 주었다. 미국 시골마을 서점 주인과 파리의 서점 주인이 6개월간 서점을 교환한다. 영화 '더 홀리데이' 속 주인공들의 집 교환을 떠올리게 한다. 일상 속 신선한 환기가 되었다.


9. 오늘도 고바야시 서점에 갑니다 - 가와카미 데쓰야 (소설)

서점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책. 서점과 책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그리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는 서점이라니. 언젠가 일본 여행 가게 되면 꼭 들러볼 곳이다.


10.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소설)

주인공 요조는 내성적이고 자신의 내면세계에 갇혀 있는 경향이 있다. 그는 현실의 문제를 직면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 속으로 도피하는 경향이 있다.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종종 감정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는 삶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혼란에 빠진다. 자신만의 기준과 판단에 따라 행동하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곤 한다. 요조는 틀림없는 INFJ일 것이다. 그가 너무도 이해되었다.


11. 이태원클래스 - 광진 (만화)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얼추 알고 있던 이야기다. 만화책으로 다시 접하며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박새로이 멋지군.


12. 스즈메의 문단속 - 신카이 마코토 (만화)

독특한 설정과 흥미로운 전개로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로 먼저 보고 만화책으로 소장하고 싶어서 산 책. 만화책이 어쩐지 더 좋다.


13. 러프 - 아다치 미츠루 (만화)

소개받아 읽기 시작한 만화책. '슬램덩크'에 '풀하우스' 같은 러브스토리가 가미된 느낌이랄까. 오랜만에 몽글몽글한 마음으로 읽은 이야기. 부분 부분 지금이라면 성희롱으로 걸릴 만한 요소들이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It is what you read when you don't have to that determines what you will be when you can't help it." - Oscar Wilde


이 인용구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는 순간들이 나를 만들어간다고 믿는다. 열심히 읽고 또 하반기에도 리스트를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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