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무심코 켜둔 티비 속에서 코펜하겐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정갈하면서도 낡음과 새로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은 도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살았던 곳, 인어공주 동상이 자리한 항구, 이 모든 것이 내가 어린 시절 상상하던 동화 속 세계와 맞닿아 있었다. 그 도시가 주는 신비로움과 잔잔함은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아왔다.
몇 년 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속 인물인 향미도 코펜하겐을 꿈꾸었다. 그녀에게 그 도시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었을 것이다. 어느새 나도 그 도시의 이름을 입가에 머금고, 머릿속에 담아두었다. 그리고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영상에서, 한 남자가 여행지 중 가장 좋았던 곳으로 코펜하겐을 꼽았다.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는 내 마음속 코펜하겐을 향한 열망을 더욱 키웠다.
최근에는 중 ‘킨포크 테이블'에서 소개된 코펜하겐의 삶이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소박하고 따뜻한 공동체의 삶,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은 연결을 중요시하는 그 도시의 철학은 내가 꿈꾸던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또한, 매거진 B에서 다룬 코펜하겐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나의 삶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줄 곳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결심하게 되었다. 아직 한 번도 혼자 먼 곳으로 떠나본 적이 없지만, 내가 혼자 떠날 첫 번째 여행지는 코펜하겐이 될 것이다.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안에는 반드시 그곳에 발을 딛고 싶다.
코펜하겐에서의 그 첫걸음이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곳에서 만날 나 자신은 어떤 모습일지, 그 도시는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나는 코펜하겐에서 새로운 나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