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Schubert - Am Feierabend
안녕하세요_!
‘당신을 위한 클래식 큐레이션’ 클큐입니다.
오늘 곡은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곡인데요.
성악을 한다는 사람, 혹은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알고 있어야 하는 곡이죠_!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Die schöne Müllerin)] 다섯 번째 곡,
〈Am Feierabend〉(일과 후에) 입니다.
‘일과 후’라는 단순한 제목이지만,
그 안에는 첫사랑의 열정과 인정받고 싶은 간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Am Feierabend〉는 물레방앗간에서 일하는 청년이 주인 앞에서 실력을 뽐내고,
사랑하는 아가씨에게 자신의 성실함을 알리고 싶어 하는 마음을 노래합니다.
슈베르트는 이 노래를 빠른 템포와 화려한 피아노 반주로 채워 넣어,
청년의 불타는 열정을 한순간도 쉬지 않고 밀어붙입니다.
특히 피아노 반주의 현란한 16분음표 패시지는
물레가 쉼 없이 돌아가는 모습과 청년의 급박한 심정을 동시에 표현하죠.
이 곡은 연가곡이에요.
연가곡(Song Cycle)은 하나의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는 여러 편의 예술가곡(Lied)을 모은 작품을 말해요.
서로 다른 시를 바탕으로 한 단편적인 가곡과 달리,
연가곡은 하나의 주제나 인물의 감정을 차례로 따라가며 감정선이 이어지는 특징이 있죠.
슈베르트는 연가곡이라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작곡가 중 한 명이며,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 연가곡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는 ‘가곡의 왕’이라 불립니다.
그는 불과 31년의 짧은 생애 동안 600곡 이상의 가곡을 작곡했는데,
그의 음악에는 서정성과 인간적인 따스함이 살아 있어요.
특히 그는 가사를 단순히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시의 감정과 풍경을 피아노 반주로까지 생생하게 구현해내는 데 탁월했습니다.
〈Am Feierabend〉의 피아노 반주만 들어봐도,
끊임없이 돌아가는 물레바퀴의 리듬과 청년의 다급한 심장박동이 그대로 전해지죠?
이 연가곡집은 빌헬름 뮐러(Wilhelm Müller)의 시에 곡을 붙인 작품입니다.
이 시는 한 청년의 짝사랑 이야기를 따라가며,
처음의 설렘부터 마지막의 비극적 결말까지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떠남과 방랑 – 청년은 방랑길에 오르며 자연 속에서 자유로움을 노래합니다.
(1~3곡: Das Wandern, Wohin, Halt!)
사랑의 발견 – 숲을 거닐다가 물레방앗간을 발견하고, 그곳의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첫눈에 반합니다.
(4곡: Danksagung an den Bach)
사랑의 증명 – 그는 아가씨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성실함과 열정을 보여주려 노력합니다.
(5곡: Am Feierabend)
질투와 좌절 – 그러나 아가씨의 관심은 그가 아닌 사냥꾼에게 향하고,
청년의 마음은 서서히 절망에 잠깁니다.
비극적 결말 – 결국 청년은 실연의 고통 속에서 강가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고,
마지막 곡에서는 강물이 그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습니다. (20곡: Des Baches Wiegenlied)
4번곡 Danksagung an den Bach에서 청년은 방앗간을 소개해준 시냇물에 감사하며,
이제 본격적으로 아가씨의 마음을 얻고자 마음먹습니다.
이어지는 5번 곡 Am Feierabend는 하루 일과가 끝난 저녁,
청년이 주인 앞에서 열심히 일한 성과를 인정받으며,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나를 그녀가 바라보고 있을까?’ 하고 속으로 외치는 장면을 그립니다.
이 곡은 연가곡 초반부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청년의 사랑이 설렘에서 시작되어
행동과 열정으로 이동되는 그야말고 감정이 더 불붙는 순간이라 할 수 있어요.
Hätt’ ich tausend Arme zu rühren,
Könnt’ ich brausend die Räder führen,
Könnt’ ich wehen durch alle Haine,
Könnt’ ich drehen alle Steine,
Dass die schöne Müllerin
Merkte meinen treuen Sinn!
Ach, wie ist mein Arm so schwach!
Was ich hebe, was ich trage,
Was ich schneide, was ich schlage,
Jeder Knappe tut mir’s nach.
Und da sitz’ ich in der großen Runde,
In der stillen kühlen Feierstunde,
Und der Meister spricht zu allen:
Eure Arbeit hat mir gefallen;
Und das liebe Mädchen sagt
Allen eine gute Nacht.
내게 천 개의 팔이 있어
거세게 물레바퀴를 돌릴 수만 있다면,
숲 속의 모든 나무를 휘몰아칠 수만 있다면,
모든 돌을 굴릴 수만 있다면,
그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가
나의 진심을 알아봐 줄 텐데!
아, 내 팔은 왜 이렇게 약할까
내가 들어 올리고, 나르고,
내가 베고, 두드리는 일,
다른 견습생들도 똑같이 해낼 수 있는 거 잖아.
그러다 우리는 큰 원탁에 둘러앉아
고요하고 서늘한 저녁 시간을 맞이한다.
주인 어른은 우리 모두에게 말한다.
“오늘 일, 잘해주었구나.”
하지만, 그 사랑스러운 아가씨는
모두에게 똑같이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인사한다.
이 곡은 매우 빠른 템포와 날카로운 리듬으로 시작해, 청년의 조급하고 뜨거운 열정을 표현합니다.
피아노 왼손은 물레가 쉼 없이 돌아가는 기계적 리듬을,
오른손은 청년의 숨가쁜 마음을 흩날리는 듯한 아르페지오로 그립니다.
성악가는 이 긴박함 속에서도 ‘젊은이의 투지’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열망’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리듬감은 잃지 않아야 하고 곡의 다이나믹을 표현해야 하죠
모두에게 같은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인사만 건넬 뿐이죠.
이 대비가 곡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앞부분의 빠른 리듬과 에너지는
“사랑이란 내가 열심히 하면 언젠가 전해질 거야”라는 믿음을 상징하고,
뒷부분의 고요함은 “하지만 사랑은 노력만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이라는 씁쓸한 진실을 담아냅니다.
프리츠 분더리히(Fritz Wunderlich)
https://www.youtube.com/watch?v=An5GVdum5rc
리트에서 테너는 분더리히, 바리톤은 디스카우라고 할 만큼 각 파트의 리트계 양대산맥이라고 할 만한데
이 연가곡은 사실 테너를 염두한 곡들이고, 겨울나그네는 바리톤을 염두해 둔 곡이랍니다_!
그래서 테너 가창자의 연주를 추천드려요.
사랑을 향한 순수하고도 뜨거운 마음이 담긴〈Am Feierabend>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고, 이렇게나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 법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재하나 봅니다.
고전 서양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 또한 다른 남자에게 반해있는 소녀의 모습을 보고 좌절한 소년의 자살로
아주 비극적으로 마무리 되죠.
나 자신을 먼저 아끼고 사랑하자(?)는 말을 해보면서
오늘의 클큐 마무리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당신을 위한 클래식 큐레이션 클큐였습니다_!
감사합니다.
* 클큐(Classic Curation)’는 클래식 전공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주관적인 큐레이션 콘텐츠입니다.
* 브런치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감성 클래식 큐레이션을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