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마음

상담의 시작

by xohee

그렇게 주기적으로 오던 안부는, 나의 마음이 약해지게 만들었다. 당시 하던 일 또한 엄마 생각이 날 수밖에 없던 일이었다. '내가 불효녀는 아닌가, 엄마의 건강은 괜찮은가? 잘 지내는가?' 온갖 걱정을 하게 만들었다.


가끔 마음에 걸려 짧은 답장이라도 하여, 애매하게 대화를 이어가게 되면 이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엄마는 나와 동생과의 관계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지치고 지칠 대로 말하였지만, 엄마의 고집은 대단하였다. 엄마의 눈에는 내가 고집부리는 딸이었겠지. 늘 그랬듯이.


나중에서야 엄마는 바깥에서라도 볼 것을 요청하였고, 나는 흔쾌히 승낙 하였으나 '대신 내 앞에서 동생 얘기 꺼내지 말고, 동생 데려온다던지 엮으려고 하지 마. 그럼 볼 수 있어'라고 말하였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정적만이 흘렀다.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조금은 의외여서 놀랐다.

이 정도로 양보했는데도 안된다고?


재차 물으니 대답을 안 하던 엄마가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나에게 뭐라 하기 시작한다. '가족인데 어떻게 그래' 라며.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니 나는 점점 악에 받쳤다. '가족이 뭐냐, 가족인데 그렇게 하냐, 나랑 걔는 가족이 아니고 엄마가 낳아서 호적상 엮여있을 뿐 남이라고' 울부짖었다.


엄마는 이제 미안하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탓뿐이었다. 마음이, 심장이 바스러지는 것 같았다.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어디 가서 얘기하기 쉬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친한 친구 몇 명과 당시 만나던 사람에게 사건이 있고, 힘들 때마다 자주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다. 들어준 사람들에게 참으로 감사하고 미안할 따름이지만, 당시 너무 힘들었다. 특히나 결혼을 생각하고 있던 터라 나의 머릿속은 더욱더 복잡하고, 괴로웠다.


고민만 하다가 처음으로 상담센터를 찾아가게 된 이유는 웃기게도 가족이 원인인 것은 맞지만, 내가 그나마 믿고 의지하던 남자친구였던 사람이 점점 내 힘든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울든 말든 자려고 누우며 눈을 감고, 스킨십을 하고, 했던 얘기라며 짜증을 내던 순간들이 쌓여서였다.


'그래 지치겠지. 듣기 싫겠지. 피곤하니까. 오랜만에 봤으니까' 하고 애써 넘어가던 순간들은, 내 마음에 하나씩 상처를 내고 있었다.


화를 내고 풀어야 할 대상은 벽과 같으니 답답한 화병이 풀릴 리가 없었고, 계속 얘기하게 되었고 미안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정말 미안하지만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나중에 얘기해도 될까?"라는 말 한마디라도 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결국 나는 우울증이 또 와버렸다. '아, 내 얘기는 아무도 안 들어주는구나. 난 이렇게 화가 나고 슬프고 답답한데, 그저 귀찮은 얘기 일뿐이구나.'


그 당시 남자친구에게 말하였다. 미안했다고, 나는 돈을 내고 상담을 받아야만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거냐고. 믿고 의지하니까 힘든 일이 있어서 말하는 건데,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주면 안 되냐고.


그러자 여태 잘 들어줬는데 왜 그러냐며 성질을 내길래, 포기하였다. 그렇게 상담센터를 검색하여 예약을 하였다.

이전 02화화병의 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