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주는 선물

고정과 변화의 사이

by 어엿봄

너무 많은 고민을 하고 사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이 조차도 고민이군요.

잠시 시간 여행을 했습니다.

반복되는 긴장과 실망이 쌓여 어느새 높은 뜀틀이 되어 있었어요.


중학교 1학년 체육 시간, 달려는 갔는데 그만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지 뭐예요.

그 후로 단 한 번도 나는 뜀틀을 뛰어넘지 못했어요.

실패했던 그 순간이 정지화면처럼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워서 몸까지 얼어붙고 말았어요.


고등학교 입학시험 성적이 기대했던 것만큼 좋지 않아 어른들이 실망한 일이 있었죠.

대학 수능시험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이후에도 몇 번의 경험이 반복됐습니다.

매번 다른 경험이었을 텐데 나는 그걸 구별해내지 못했어요.

어린 시절 느꼈던 그 싸늘함이 되살아났고 언제나 무서웠어요.


늘 그 높고 커다란 뜀틀 앞에 혼자 서 있었어요.

여러 번 달리며 연습했지만 실제 내 차례가 오면 다시 얼어붙곤 했지요.

머릿속까지 하얗게 되어버린 날들이 있었죠.

그럴 때마다 나에게 필요한 건 그저 작은 격려의 말 한마디였는지도 몰라요.


너무 무서우면 넘지 않아도 돼. 여기까지 최선을 다해 왔잖니. 그동안 애썼다.


당신은 다 지켜보고 계셨죠? 다 아시죠?

그냥 오늘은 당신 앞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시간 여행을 했지 뭐예요.

나의 시간은 모든 것을 뛰어넘었을까요?


중학교 1학년 때보다 적어도 키가 한 뼘은 자랐거든요. 달리기도 훨씬 잘해요.

그렇다면 이제는 그 무시무시한 뜀틀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시간이 나에게 주는 선물은 기술의 노련함이 아니라 태도의 노련함인지도 모르죠.

뜀틀은 넘지 못하겠지만 나를 얼려버린 그 싸늘함은 넘어설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왜냐면 나는 좀 더 유연하고 따뜻하게 나를 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시간은 내가 변하지 않는 나이면서도 언제나 새로워질 가능성을 줍니다.


지금은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할 때인가 봐요.

변하지 않는 당신의 품 안에서 나는 새로워질게요.

아무 고민도 하지 않고 너무 세세하게 따지지도 말고 맘 편하게 있을게요.

그냥 그렇게 나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아서 여유롭게 즐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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