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끝
스쳐가는 장면들과 이야기들이 떠올랐지만 아무 말하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따지고 싶지 않은 하루의 순간도 있잖아요.
몇 차례 반복된 실수가 있었죠. 네, 실수라고 합시다.
조금 더 신경 썼으면 막았을 수도 있었을 알레르기 반응이었는데 이미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어요.
부주의했던 나를 탓하기엔 조금 바빴고 또 지친 하루였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더 아무 말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사실 질문이 하나 있었거든요.
최선을 다하는 나 자신에 대해 드는 만족감 말이에요.
그 만족감은 나를 내 안에 갇히게 만드는 걸까 아니면 밖으로 열리게 만드는 걸까 하는 것이죠.
결과와 상관없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그 열심함이 나를 불안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방어도구로 쓰일 때가 종종 있었죠.
가끔은 그 열심함을 허락하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기도 했었어요.
오늘 갑자기 헷갈렸지요. 지금 이걸 놓아버려야 하는 건지 아닌지 잘 몰라서요.
당신이 침묵하시길래 나도 더 이상은 따지고 묻지 않았어요.
어쩌면 여전히 나는 최선의 쉼을 먼저 이뤄야 하는 걸지도요.
알레르기 반응에 너무 놀라지 않고 스스로를 질책하지 않은 것처럼
그냥 질문에 대한 답을 너무 찾으려 하지 않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애써 귀 기울이려 하지 않고
모든 걸 다 침묵으로 넘겨 버리고 싶은 그런 하루였나 봅니다.
이제는 말해야겠어요.
'침묵 속에 이 모든 걸 살아냈구나. 견뎌냈구나.
이에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참 잘했다고 이야기해 주자.
그리고 이 하루를 지낼 만큼의 힘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자.'
당신도 끝내 말씀하십니다.
"네가 입을 열지 않기에 나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이제 너에게 나도 말할게. 잘했다. 참으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