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힘만 빼면 충분한 때
저는 수영을 못해요. 그래도 물에 떠 있을 순 있지요.
몸에 힘을 쭉 빼고 편안히 누우면 자연스럽게 몸이 물에 뜨더라고요.
물에 빠질까 겁이 나서 힘을 주면 그때부터는 가라앉기 시작해요.
마지막으로 물놀이를 한 게 꽤 오래전 일인데,
오늘 물 위에 둥둥 떠 있던 몸의 기억과 마음이 기억이 함께 살아났어요.
그 짧은 순간에 나는 나에 대한 믿음을 가졌었던 것 같아요.
믿지 않으면 나를 완전히 맡길 수가 없지요.
나에게 맡겨졌던 사람들과 일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많은 경우 나에게 믿음이 부여됐어요.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나를 믿어주는 세상에 그리고 당신께 진심으로 감사했어요.
저의 마음을 모두 받으셨지요?
그런데 그 마음의 한 톨 어째 나 자신에게는 남겨주지 못했을까요?
나를 믿어주지 않았던 때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건 결국 돌고 돌아 나를 믿어주는 당신께 대한 불신이 아니었을까요?
믿음에 고맙다 말하면서도 나는 그 믿음을 실천하지 않았던 것이죠.
나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저버렸으니 실행으로 옮긴 믿음이 부족했던 것이에요.
그러면서도 믿음을 키우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노력했어요.
열심히 살려고 했죠.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지 고민 많이 했어요.
정작 필요한 믿음의 실천 즉, 사랑의 나눔에서 나 자신은 쏙 빼놓은 채로 말이에요.
그리스도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그리곤 했습니다.
그 마음을 닮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죠. 그런데 그건 고민만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무엇에 그토록 열심이었던 걸까요?
힘을 빼면 나태해질까 봐 당신 뜻이 아니라 내 뜻만 다르게 될까 봐 걱정이 됐었어요.
이미 내 안에 차올랐던 당신의 마음을 완전히 믿지 못했습니다.
그 마음의 터전인 나 자신을 완전히 믿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아무 노력하지 않아도 다 잘 될 거예요!
남들 눈에는 항상 부족하겠지요. 더 뛰어난 성과를 얻기엔 이미 글렀을 거예요.
하지만 나는, 적어도 나만큼은 나에게 말해줄 수 있어야죠.
내가 갈고닦은 그 깨끗한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말이에요.
멋진 수영 선수처럼 빠른 속도로 힘차게 물길을 가르고 나아가지 못해도 괜찮아요.
그냥 이렇게 제자리에 둥둥 떠 있으면 어때요.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빛이 날 너무 괴롭히면 잠시 물속에 가라앉았다 뜰게요.
내가 숨을 참을 수 있는 만큼만 딱 힘을 주는 거예요. 그랬다가 다시 빼면 둥둥 떠오를 테니까요.
한 손에는 초시계, 다른 손에는 막대기 그리고 입에는 호루라기를 문 내 모습이 그러졌어요.
늘 경직된 얼굴로 나 자신을 다그치고 있었죠.
오늘은 그 꼬마 장교를 안아주었답니다.
그렇게 긴장한 채로 스스로를 내몰지 않아도 괜찮으니 이제 그 막대기를 달라고 속삭였어요.
그 지휘봉은 이제 내 손안에 있어요. 사실 나는 그게 필요 없거든요.
그냥 그 꼬마 장교를 안심시켜주고 싶었습니다.
늘 날카롭게 칼날을 갈고 있는 그 아이가 안쓰러워 나도 몰래 눈물이 또로록 흘렀어요.
뺨에 따뜻하게 흘러내린 한 방울의 눈물과 함께 그 아이의 수고로움을 다 날려버리려고 해요.
이제 여름, 나의 계절이 왔으니까요.
어디 한번 다시 물놀이를 시작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