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함께 하는 삶

고통을 나누다.

by 어엿봄

이제껏 가슴 아픈 일이 참 여러 번 있었잖아요.

갑작스러운 사고로 우린 매번 가슴을 치고 울어야 했었잖아요.

우리 시대가 공유한 상처와 고통의 자리들에 오늘 잠시 머물렀어요.

역사는 진보한다는데 과연 우리가 함께 일궈온 사회와 문화가 질적으로 풍성해졌는지 물었죠.

끊임없이 눈물 흘려야 하는 우리네 역사에서 아픔을 치유하는 힘 역시 더욱 커졌는지 묻고 싶은 거였어요.

우리가 서로 공감해 주며 위로하고 또 치유해 주는 인류애의 진보를 이뤄내고 있는 걸까요?

그 진보는 어쩌면 나의 여생을 걸어볼 만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했고, 그래서 무척이나 설렜답니다.


미소를 감출 수 없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은 건 인도에서 여객기가 추락했다는 기사 때문이었어요.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바로 손을 모으고 기도를 했어요.

다시는 일어나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자꾸 일어나는 세상에 살고 있었다는 걸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군요.

가슴이 여전히 찢어지게 아파요. 당연히 지난 연말에 있었던 한국의 사고가 바로 떠올랐습니다.

오늘 사고 소식에 많은 사람들은 꾹 참았던 눈물을 다시 터뜨려야 했겠죠.


"당신은 대체 그들을 어떻게 위로하실 생각이신 거예요?"

"잠시 같이 아파하면 안 되겠니..."


위로를 말하기 위해서 먼저 필요한 건 같이 나누는 고통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 고통을 외면하고 싶은 건 나에게 유혹인 것만 같아요.

삶의 희망과 기쁨 그리고 아름다움이 다 타버려 그 아픔이 살갗을 파고드는 오늘을 그들은 살고 있어요.

죽음을 그렇게 온몸으로 껴안고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에요.

온 존재에 배어버린 그 죽음을 천일이 지나면 조금은 날려 보낼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고통을 고통이라 말해주고 그 깊이만큼 차오른 울음을 다 들어주었으면 해요.

그동안 고통 앞에 우리는 너무 씩씩하고 너무 강인했습니다.

죽음이 내 삶에 들어와 나를 그렇게 울리는데 애써 아닌 척할 이유가 사실은 없잖아요.

죽음을 벗이라 말한 성인처럼 반겨 맞이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에요. 이렇게 예고도 없이 찾아오다니요.

그렇다면 그의 방문에 놀라 휘청거리는 나와 우리가 이상한 건 아닐 겁니다.

고통을 고통이라 말하고 아픈 만큼 울고 쓰러져 있어도 괜찮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세상이 그 큰 고통을 다 받아 안고도 쓰러지지 않을 만큼 우리의 역사가 진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날에 나는 다시 물을게요.

"당신은 대체 우리를 어떻게 위로하신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