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6주일] 고요히 빛나는 내면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루카 10,42)

by 어엿봄

마르타라는 여자가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였다.

....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루카 10,38-42)


마르타는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으나 자신의 내면 깊숙이 모셔들이지 않았다. 반면 침묵 중에 주님의 말씀을 듣고 있던 마리아는 그분을 자기 존재 깊은 곳으로 모셔 들였다. 그것이 마리아가 택한 좋은 몫이었다. 바쁘게 일하느라 정신없는 마르타의 마음은 걱정과 불안 그리고 화로 가득 차 주님의 빛을 가리니 어둡기만 하다. 하지만 마리아의 빈 마음은 활짝 열려 있어 주님의 빛을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복음의 장면에는 나오지 않지만 나는 마리아가 끝내 주님의 발치에서 일어나 마르타에게로 향했으리라 믿는다. 빈 마음이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때 그 좋은 땅은 무수한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말씀은 언제나 그 뜻을 이루어야 하니, 마리아는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너무 오래 자리에 눌러앉아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잠시 앉을 채 없이 바삐 움직이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들음이 먼저다. 나는 그 귀한 말씀으로 나의 고요한 내면을 채우고 싶다. 빛나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사랑의 행위로 표현되길 바란다. 일에는 서투른 나니, 나는 그저 마르타의 옆을 지키며 잔심부름 거리나 하는 귀여운 동생이 되련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좋은 그런 동생이 되어 나만의 사랑을 하련다.


창밖의 바람 소리, 새소리, 매미 소리가 정겨운 여름밤이다. 이 자연의 화음에 가슴 설레지 않는다면, 참 멋없는 삶일 것 같다. 나는 이 여름에 딱 한 뼘만큼 나의 낭만이 자라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