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루카 10,21)
예수님은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이 아닌 철부지들을 통해 이뤄진 아버지의 선한 뜻에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다. 예수님은 당신 앞서 일흔 두 제자들을 파견하셨었고 그들이 하느님 나라를 어떻게 전하고 나누었는지에 대한 기쁜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더 많이 알고 능력이 있는 이들에게는 드러나지 않았던 주님의 뜻이 작고 철없는 이들에게서 실현되었다.
그 철부지들은 무엇을 몰랐을까? 그들은 예수님이 누구신지 그리고 그분 눈에 비친 자기 자신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을까? 문득 나의 앎을 과연 나의 실존과 동일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솟았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아는 게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열린 땅이 되고 싶었다. 무엇이 쏟아지든 다 흡수하는 그런 촉촉한 땅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작은 채워짐에 감사하고 또 기뻐할 줄 아는 그런 비어있음이 되고 싶었다. 늘 아프고 서러워도 바랄 데 하나 있는 그저 등 기대고 울 터가 있는 그런 작음이 되고 싶었다.
가끔 상상을 한다. 당연히 내가 없는 내가 존재할 수는 없겠지만 완전히 비워져 버린 상상. 남김없이 비워져서 다시 새롭게 완전히 차오르는 상상이다. 새로운 하늘 아래 나는 새로운 땅은 온갖 생물들을 풍성하게 자라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