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결정에 따르는 불안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마태 1,20)

by 어엿봄

약혼자 마리아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요셉은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의로 그녀의 불의를 감추며, 남모르게 그녀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그런데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히자,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성령으로 말미암은 구원자 예수의 잉태를 알려주는 것이다. (마태 1,18-25 참조).

요셉은 시작부터 끝까지 선을 지향하였을 것이다. 무엇이 생명을 살리며 하느님의 뜻에 반하지 않는 것인지, 그러면서도 자신이 지켜온 율법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거스르지 않을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 하기로 자신의 생각을 굳혔을 때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는 평화롭고 안정감을 느꼈으며 침착했을까?

제2주간에 적합한 영들의 식별 규칙들
[333] 규칙 5. 우리는 생각의 진행 경과에 매우 유의해야 한다. 시작과 중간, 끝이 모두 좋고 모든 일에 선을 지향하면 이는 선한 천사의 표지이다. 그러나 떠오른 생각들의 진행에 있어서 결과가 악이거나 딴 길로 벗어나거나 처음에 하고자 한 것보다 덜 좋거나, 전에 가졌던 평화와 안정, 침착성을 빼앗아 영혼을 혼란스럽고 불안하게 하면 이는 우리 영혼의 진보와 영원한 구원의 적인 악한 영에서 나왔다는 분명한 표지이다.
-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영신수련, 정제천 옮김(도서출판 이냐시오 영성연구소, 2010), 127쪽.

마음이 여전히 불안한 결정들이 있다. 요셉의 결정이 악한 영에서 나왔다고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으나, 일말의 가능성을 떠올려 보았다. 주님의 천사는 요셉의 꿈에 나타나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라고 말하였다. 그렇다. 요셉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어떤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에 대한 감정적 반응, 그 두려움은 그 다가올 위험을 피하게 한다. 아주 인간적인 반응이다. 어쩌면 이러한 인간의 내적 구조를 악한 영은 너무도 영리하게 잘 알고 있어서 언제든 이용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속임수에 요셉이 넘어갔더라면 결과는 그가 지향했던 선이 아닌 영 딴 길로 벗어나게 했을 것이고 그렇게 인간 구원의 길은 멀어졌을 수도 있다. 요셉이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선한 영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335] 규칙 7. 날로 더욱 향상되고 있는 이들에게 선한 천사는 마치 스펀지에 물방울이 스며들듯이 달콤하고 가볍고 부드럽게 다가가며 악한 천사는 마치 돌 위에 물방울이 튀듯이 거칠고 요란하고 불안스럽게 다가간다. 날로 타락하는 이들에게는 이 영들이 정반대의 방법으로 다가간다. 이는 영혼의 내적 태도가 위에 말한 천사들과 비슷한지 아니면 반대되는지에 따른 것이다. 즉, 서로 반대될 때에는 표가 나게 큰 소리를 내며 시끄럽게 들어가지만 서로 비슷할 대에는 열려 있는 문으로 자기 집에 들어가듯이 조용히 들어가는 것이다.
-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영신수련, 127~128쪽.

사실 요셉은 준비된 영혼이었다. 그는 그저 한낱 꿈에 나타난 천사의 지시에 자신의 온 존재를 맡긴다. 그는 자신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지금까지의 결정을 뒤집는다. 두려움에서 한 발 나아가 그는 사랑을 택하였다. 그의 현실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 분명했으나, 아니 어쩌면 그의 영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맑고 침착하며 평화로웠을 것이다.


아침 묵상을 하면서 요셉의 모습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나 자신에 대한 고민에 빠져들고 말았다. 요즘 들어 먼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대안을 두고 생각이 참 많았다. 어떤 결정을 내려보았다. 객관적으로도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사실 꿈에 나는 그 결정에 대해, 먼 미래를 내다보며 말했었다. "결국 나는 불안해질 거야."

다시 기도 안으로 돌아와 시끄러운 목소리들 사이로 한 마디 외침이 있었다. 불안하다면 그건 선한 영의 움직임이 아니다. 모든 게 가라앉았다. 걱정하며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두 손을 털었다. 나는 나의 하루를 떠올렸다. 내게 맡겨진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마음을 다시 모으며 그저 감사할 수 있기를 청하였다. 나는 두려움 없이 나의 하루를 맞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문을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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