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기 위한 용서
나에 대한 증오는 죄를 낳게 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까닭에서 왔다. 나는 어렸고 아무것도 몰랐으며 그 무엇도 하지 않았겠지만 나의 존재 자체가 누군가를 걸려 넘어지게 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얼음처럼 굳어버린 내가 불쌍하고 안쓰러웠음에도 완전히 나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오늘 아침, 용서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평생에 걸릴 일이라고 믿어왔는데 지금 당장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잘못했든 남이 잘못했든, 아님 내가 잘못하지 않았어도 누군가의 잘못에 내가 같이 뒤범벅이 되었든 아니든 내 인생에 족적을 남긴 어떤 시공간을 지워낼 수 없는 것만은 여전했다. 그런데 변하는 것이 없어도 용서를 하고 싶었다. 나의 아픔을 상대가 이해할리 없다. 그 어떤 후회와 자책 같은 게 누군가에겐 새끼손톱만큼도 자라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용서하련다.
그대가 누구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선명하면서도 희미한 당신이란 존재를 차마 두 손으로 잡아낼 수도 그렇다고 몸 밖으로 완전히 밀어낼 수도 없었다.
그런 당신을 내가 용서하고 또 나를 용서하련다.
주님께 자비를 청하였다. 십자가에 매달리셔서도 저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니 제발 그들을 용서해 달라고 하느님 아버지께 호소하셨던 예수님을 떠올렸다. 내 인생 어느 한 자락을 물들였던 죄를 나는 감히 용서해 달라고 주님께 기도하였다.
주님의 것이 된 나의 심장은 따뜻하게 여전히 뛰고 있다. 그렇게 내 심장이 최선을 다해 사는 것만큼 나는 내 존재를 다하여 용서할 것이며 또 사랑할 것이다. 나는 나의 아름다움을 용서하고 또 사랑하여 끝내 구원을 얻을 것이다. 억지로 나를 가리지도 또는 끌어내지도 않을 자유가 있는 내 구원의 여정을 매일 웃음꽃 가득 핀 발걸음으로 걸어갈 것이다. 그렇게 해방된 나 그리고 치유된 나로 나는 나를 온전히 살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