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낫게 하기 위한 용서
내 손은 작은 편이다. 손톱도 매우 작아서 가끔 사람들이 보고는 어린이 손 같다고들 한다.
다섯 살 때쯤 나는 작은 내 손을 바라보고 궁금해했었다.
'왜 내 손은 자라나질 않는 거지?'
그때는 당연히 몰랐다. 손이 자라고 키가 크는 걸 나는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작은 손으로 많은 걸 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고, 책장을 넘겼으며, 글씨를 썼다.
그리고 기도손 하는 것에 익숙해졌으며 가슴을 치는 법을 배웠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내가 모르는 새 키도 훌쩍 자라고 손과 발도 자랐다.
그러나 내 손은 늘 내 가슴을 치며 내 탓을 하고 있었다. 가슴을 칠 때마다 소리가 났다.
텅 빈 마음이 울리는 소리였다. 가슴을 치는 손에 대항할 거센 목소리가 없어 마음이 비어있었다.
힘이 잔뜩 들어 주먹 쥔 손을 보드랍게 매만져 줄 손이 없었다.
아픈 건 약한 가슴이었는지 아니면 힘이 들어간 손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나의 손이 잘못을 한 것이다.
힘껏 주먹을 쥐고 잘못 없는 빈 마음을 두드린 손이 나빴다.
사실은 힘도 없으면서 주먹을 꼭 쥐었던 그 작은 손이, 분수에 맞지도 않게 크고 강한 손인 척했으니 참으로 잘못을 했다. 그러나 나는 내 작은 손을 가엾이 여기며 또 사랑한다.
짧고 납작한 손톱에 울퉁불퉁한 마디들로 내 삶을 지휘해 온 이 손을 나는 좋아한다.
삐뚤빼뚤 글씨를 쓰고 어설프게 동그라미를 그리며 나의 세상을 감싸온 나만의 작은 손을 어여삐 여긴다.
나는 나의 손을 용서한다.
남의 탓이 아니라 나의 탓을 하며 쪼그라들고 더욱 작아져야만 했던 손에게 자비를 베푼다.
내가 베푸는 자비는 손을 감싸 안아주는 넓은 마음에게서 온다.
어느 정겨운 봄날 어린 시절 손에 닿던 고운 흙의 질감을 기억한다.
또 한여름의 뜨거운 볕 아래 손에 닿던 시원한 물의 맑음을 기억한다.
춥고 서러웠던 겨울 손에 닿던 차가운 눈의 소리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해 가을 내 가슴을 치던 손의 상처를 기억하니,
이제 힘을 풀고 손을 피게 하여 아팠던 자리를 불어주고 약을 발라주겠다.
그렇게 나는 나의 용서와 치유의 한 장을 또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