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축복하기 위한 용서
어릴 때부터 나는 잘 울었다. 나의 눈물은 사실 내 언어였을 텐데, 그게 제대로 읽히지 않는 것 같아 속상했다. 사소하게 반찬 투정을 하다 아버지에게 혼이 나서 울고, 그러면 운다고 더 혼나고, 그게 너무 서러워서 통곡을 하는 어린 나였다. 거의 중학생 때까지도 밥상머리에서 혼이 나고 울었던 것 같다.
울면 안 된다는 걸 알았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소리 내지 않고 울기 시작했다.
누가 알려준 건 아니지만 나는 세상이 내 울음을 듣지 못하도록 그리고 그 의미를 읽지 못하도록 혼자서 우는 법을 배웠다. 뜨거운 눈물이 내 몸을 적실 때 혼자라는 외로움과 서글픔이 가슴을 꽉 채워 내 존재를 넘실거렸다.
무거운 진동의 추가 심장을 왔다 갔다 하니 고요했던 나의 세상이 흔들리고,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그 힘이 내 목구멍을 타고 오르기 시작하여 뜨겁게 달군다. 우느라고 숨을 제대로 못 쉬어서 가슴이 답답했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내 세상을 흔드는 어떤 힘이 나를 주저앉게 하고 가슴을 쥐게 했다. 그리고 어깨는 떨렸다. 고르지 못한 숨 사이로 굵은 눈물을 흘려내다 보면 어느새 코가 막혔고, 눈은 맵고, 종국에는 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늘 그렇게 두통이 오면 울음은 사라졌다.
내가 잘못한 것 같아서 울었고,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아서 울었고,
그런 억울함을 토로할 데 없어서 울었고,
그러다 내가 나라는 사실이 슬퍼져서 울었다.
그렇게 울다 보면 무엇 때문에 울기 시작한 것인지 잊어버려서 그저 눈물을 흘리고만 있었다.
결국, 나 자신에게서조차 나의 눈물은 읽히지 못했던 것이다.
얼마 전 문득 어린 시절 혼자서 울던 꼬마가 내 안을 두드렸다.
울고 있는 나를 거울에 비춰 보았다. 많이 불쌍했다. 또다시 뜨거운 목구멍 그리고 답답한 가슴이 느껴졌다.
내가 목구멍과 가슴을 열고 마음껏 소리 내며 울 수 있는 품은 없었다.
그냥 누군가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 주기를 꼬마는 바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누군가의 잘못에 미안하다고.
나는 사과를 받고 싶었고 용서하고 싶었다.
나를 지키지 못한 건 나 자신이라고 날카롭게 비난하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도록 나는 누군가의 부드러운 음성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 소리 들을 수 없는 거라면 그저 내 어깨 두드려주는 작은 손짓이라도 느끼길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나의 바람은 나의 짙은 울음 속에 가리어져야 했다.
내 존재를 넘실거리며 때로는 쓰러뜨리기도 또 때로는 삼켜버리기도 했던 눈물을 나는 용서하련다.
사실 나는 알고 있다. 한없이 흘린 눈물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나는 마르지 않는 그 깊은 울음의 샘을 용서하겠다.
내가 가여워 나를 쓰다듬었던 따뜻한 사랑의 방울들은 나를 향한 속삭임이었다.
아무 잘못 없다고 소리치고 있던 나를 향한 애도의 시였다.
누군가를 대신해 용서를 비는 간절한 고개 숙임이었다.
그러니, 나는 이제 내 존재를 흔들며 한없이 흘러내려온 눈물을 용서한다.
슬픔과 아픔을 위로하려 했던 너의 몸부림을 이제 감히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