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루카 4,1)
허허벌판 메마른 땅에 서 있다. 생명이 없는 듯한 그곳에 내가 살아 있다. 메마른 것이 땅인지 아니면 나 자신인지 모를 그 시간에 머무른다. 조금씩 힘이 빠진다. 쇠진한 몸과 마음을, 허나 살게 하는 것은 새로운 영이다. 사십일의 시간은 그렇게 새로운 영과 함께 '건너 감'을 준비하는 때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곧게 건너갈 순간을 기다린다.
오늘 복음에서 요르단 강에서 성령으로 가득 차 돌아온 예수는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사십 일을 지내며 악마의 유혹을 받는다. 악마는 이 여정의 끝에 구체화된 욕망으로서 자신을 예수 앞에 드러낸다 (루카 4,1-13 참조).
예수에게 사십일은 不惑의 때였다. 그의 모습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악마는 분리하는 영이다. 예수 앞에 내놓은 세상의 안전과 영예 그리고 자신의 영광을 위해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영이다. 인간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진정한 길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잃어버리게 하는 영이다. 예수는 자유로이 진정한 행복 그리고 생명을 택한다.
정결, 가난 그리고 순명의 덕이 나를 행복한 삶으로 이끈다. 단 하나가 아닌 모두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빈자리에 쏟아지는 그 은총을 남김없이 받아 안으며, 다시 당신께 바쳐 드리는 그 동그라미 삶에서 나는 한껏 미소를 짓는다. 괴로운 메마름의 끝에 짓는 미소다. 광야에서 마주하는 나의 메마름은 내가 한 방울의 사랑이라도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임을 새롭게 인식시킨다. 내 깊은 우물의 어둠에 고개를 들지 못했던 내 위로 쏟아지는 따스한 햇살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나를 이 세상에 지어냈던 그 사랑의 아름다움이 빛난다. 사랑을 보고 만진다. 하늘의 태양, 달 그리고 별들. 내 뺨을 스치는 바람과 공기. 꽃들과 풀, 열매들을 자라게 하는 땅. 내 형제와 자매들. 손 내밀어 잡는 용서. 깊은 육신과 영혼의 고난 및 시련들. 그렇게 우리네 자매인 죽음을 향해서까지 사랑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죽음을 통과하여 살리라. 그렇게 다시 고개를 들고 꼿꼿이 서 나의 하늘이신 하느님을 찬미하리라.
광야에서는 노래를 한다. 내 심장을 울리는 사랑을 내 입으로 속삭여낸다. 그리하여 들음은 찬미의 행위가 되어 생명을 얻는다. 사랑이 움직이니 보이고 만져진다. 친구를 다독이고 일으키는 손과 그를 응원하는 말이 그렇게 살아나니 우리 현실의 작은 모든 것들이 살 가치와 의미를 얻는다. 그러니 지구의 시름과 이웃의 탄식이 소중하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그토록 값진 것을 잊지 않고 늘 노래하길 소망하는 오늘이다.
성 프란치스코의 피조물의 찬가
지극히 높으시고 전능하시고 좋으신 주님
찬미와 영광과 영예와 모든 찬양이 당신의 것이옵고
홀로 지극히 높으신 당신께만 이것들이 속함이 마땅하오니
사람은 누구도 당신 이름을 부르기조차 부당하나이다
내 주님, 당신의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찬미 받으시옵고
그 가운데 각별히 주인이신 해님 형제와 더불어 찬미 받으소서
해님은 낮이옵고, 그로써 당신께서 저희를 비추시나이다
아름답고 장엄한 광채로 빛나는 해님은
지극히 높으신 당신의 모습을 지니나이다
내 주님, 달 자매와 별들을 통하여 찬미 받으시옵소서
당신께서는 빛 맑고 귀하고 어여쁜 저들을 하늘에 마련하셨나이다
내 주님, 바람 형제를 통하여 그리고 공기와 흐린 날씨와 갠 날씨와
모든 날씨를 통하여 찬미 받으옵소서.
저들로써 당신 피조물들을 기르시나이다
내 주님, 쓰임새 많고 겸손하고 귀하고 순결한
물 자매를 통하여 찬미 받으시옵소서.
내 주님, 불 형제를 통하여 찬미 받으시옵소서.
그로써 당신은 밤을 밝혀 주시나이다.
그는 아릅다고 쾌활하고 씩씩하고 힘차나이다.
내 주님, 우리 어머니인 땅 자매를 통하여 찬미 받으시옵소서
그는 우리를 기르고 보살피며
울긋불긋 꽃들과 풀들과 온갖 열매를 낳아 주나이다.
내 주님, 당신 사랑 까닭에 용서하며
병약함과 시련을 견디어 내는 이들을 통하여 찬미 받으시옵소서
평화 안에서 이를 견디는 이들은 복되오니
지극히 높으신 이여, 당신께 왕관을 받으리로소이다.
내 주님, 우리 육신의 죽음 자매를 통하여 찬미 받으시옵소서.
살아 있는 어느 사람도 이를 벗어날 수 없나이다
불행하옵니다, 죽을 죄를 짓고 죽는 이들이여!
복되옵니다, 당신의 지극히 거룩한 뜻을 실천하며 죽음을 맞이할 이들이여,
두 번째 죽음이 저들을 해치지 못하리이다.
내 주님을 찬미하고 찬양들 하여라
감사를 드리고, 한껏 겸손을 다하여 주님을 섬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