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간 화요일] 하늘과 땅의 어울림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마태 6,9)

by 어엿봄

하늘이 없는 땅은 있을 수 없고, 땅이 없는 하늘도 있을 수 없다. 서로의 현존 없이 관계는 형성되지 않으며 관계로 말미암아 얻게 되는 자신의 정체성 또한 잃게 된다. 하늘로 인해 땅이 풍성해지고 땅으로 인해 하늘이 빛난다. 그렇게 그 둘은 함께 조화를 이루니, 참 잘 어울린다.


오늘 복음 (마태 6,7-15)에서 예수는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고 알려주신다.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하늘이 곧 하느님, 우리가 나온 사랑의 원천이다. 하늘은 비와 눈을 내리며 땅에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사람들에게 양식을 주듯,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이 헛되이 그분께 돌아가지 않고 반드시 당신 뜻하는 바를 이루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제1독서 이사 55,10-11 참조)

하늘에서 땅으로 그리고 땅에서 다시 하늘로. 서로가 만나고 어울리는 순간의 힘은 사랑을 낳는다. 생명을 주고 사람을 살리는 사랑이다.


우리 모두의 아버지, 우리 모두의 하늘. 개인의 종교와 가치, 이상을 떠나 우린 공동의 시간과 공간을 살고 있다. 그 공동의 존재로서 함께인 우리는 다른 관점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각자의 언어로 말한다. 다름은 때로 불안함을 키운다. 그 불안함에 저항하기 위해 도리어 분노를 일으키고 내면의 솟구치는 힘으로 상대를 파괴하기도 한다. 다름이 자유가 될 때도 있다. 너와 같을 이유가 없는 나는 다름을 통해 나를 구별해 내고 받아들인다. 다르지만 우리는 어울릴 수 있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하늘과 그리고 형형색색으로 물든 땅에 각자의 시간과 공간이 허락된다면 우리는 자유로이 춤을 추며 존재함의 힘을 발산할 것이다. 경계를 넘어 소통하되, 경계를 소중히 지켜주는 것이 얼마나 가슴 설레고 좋은 일인지 모른다. 나는 그렇게 안전함을 느끼며 과감하게 나의 춤을 이어나간다. 당신과 손이 닿고 발이 꼬일 때, 그저 작은 미소로 미안함을 전한다. 이 마음이 당신 마음에 가 닿으니 우리 함께 춤을 춘다.


바람이 나뭇잎을 살랑이고, 그 작은 춤에 물든 햇볕이 반짝거린다.

그것은 자신을 향한 하늘의 뜻, 즉 사명에 대한 완수요, 화답이다.


"충실히 네 생명의 아름다움을 살아라."

"네, 주님, 제가 여기 함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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