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by 어엿봄

언젠가는 글을 나눌 때가 오리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이뤄질지는 몰랐다. 며칠 전 한 교수님과의 대화 후, 글을 나눌 시간이 왔다고 느꼈고 우연히 잿빛 하늘 위의 무지개를 보았다. 어떠한 막연한 끌림에 브런치 작가신청을 했는데, 후회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몇 차례의 검색만으로도 그냥 아무렇게나 글을 쓰는 작업이 아님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한이 없는 다른 공간에 작가 신청을 위해 보냈던 글을 올리고 내 마음의 이름으로 자유롭게 일상을 나누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메일을 확인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한국을 떠나 여기 로마에서 생활한 지 5년이 다 되어 가는데, 늘 길을 걸으며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싶었다. 피부 끝으로 느껴지는 작은 설렘과 행복 혹은 슬픔과 연민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내고 싶었던 것 같다. 새로운 언어로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면서 나는 생경함을 느꼈다. 나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는 분명한 한계에서 느끼는 답답함과는 반대로 수려한 언어의 기술 없이 서툰 사고의 틀과 형식으로 나를 드러내며 묘한 홀가분함을 맛보기도 했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주어진 것이 아닐까. 그렇게 나는 나를 가리던 옷을 벗고 하느님 앞에 섰다.


늘 불안했었다. 내가 이룬 학업의 성과와 일처리 관계에서 보이는 내 능력 그리고 그 모두를 하나로 포장해 묶어주는 밝은 미소가 나라는 사람으로 보이는 게 슬펐다. 나의 세계는 그 누구도 가닿지 못할 내 안의 깊은 우물에 갇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둡고 축축한 이 우물 바닥을 나는 내 보일 수 있을까? 눈물로 채워가던 우물의 깊이를 누군가 이해할 수 있을까? 여기에 진실한 나의 아름다움이 있을까?'


어쩌면 글을 쓰고 나누는 과정에서 나는 우물의 메아리만이 아닌 우물에 비친 새들의 날갯짓과 드리운 나뭇잎의 흔들거림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내가 아름답게 살아 있는 존재임을 증명해갈지도 모르겠다. 그때엔 당신도 그렇게 아름답다고 이제 평안히 나아가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겠지.


그리하여 오늘도 "새로운 길"을 노래한다.

윤동주는 1938년 5월 10일에 이 시를 완성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나는 동요로 이 시를 접했다. 1992년 KBS 창작동요대회 수상작이었는데, 밝은 선율과 가사가 꼭 마음에 들었다.


내를 건너 숲으로 가자. 고개 건너 마을로 가자.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은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산새가 울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희망의 길.

내를 건너 숲으로 가자. 고개 건너 마을로 가자.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은 새로운 길.


나는 구글이 안내해주지 않는 새로운 길을 찾곤 한다. 어차피 로마의 길은 다 통한다니 어떤 길을 택하든 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숱한 길에서 되새겨 본 내 삶의 이야기를 앞으로 정리해 볼 예정이다. 글쎄 이게 얼마나 연재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꼭지 하나하나를 달아가는 만큼 나의 새로운 길이 열리리라 믿는다. 이 새로운 길에서 나는 다시 노래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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