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움은 사람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어떤 상태일 것이다
자유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조건과 사회적 자유가 충족되어야 한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모든 생명체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 모두가 다 자유로운 마음을 가졌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자유로운 마음에는 일상적 감정상태에 다른 무엇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유로운 마음을 가질 때에는 어떤 상태인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정작 사람들은 자유인으로 살기를 바란다
사람이 자유롭다고 느끼는 것은 어떤 조건보다는 마음의 근원에 대해 접근해야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마음과 의식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마음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보자
마음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마치 빠르게 지나치는 풍경과도 같다
마음에 떠오르는 단상을 전부 말하기도 어렵고, 심지어 나 자신도 기억하기 어렵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은 한계가 없고 상상이 마음대로 흘러 다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에서는 마음이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사람이 누군가를 이해하고 친해지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관계는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마음을 주고받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속 깊은 마음을 털어놓고 흉금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마음은 끊임없이 교체하는데 사람들 상호 간에 마음의 전체를 공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일 것이다
자유로운 마음은 사람들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을 때를 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자유라는 어원은 일본의 개화사상가인 후쿠자와 유쿠치가 사용하면서 대중적으로 확산되었다
'자유'(自由)라는 한자어 자체는 중국 고대부터 있었지만, 근대적 개념의 '자유'는 서구의 'Freedom'과 'Liberty'를 번역한 것이다
고전 중국어에서 ’自由‘는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중국이나 조선에서는 자유를 ’ 제멋대로‘라는 의미로 사용했다
그러나 일본의 근대 사상가들은 서양에서 자유로운 능력에 해당하는 'Freedom' 그리고 억압이 없는 정치적 권리라는 의미의 'Liberty'를 똑같이 '자유'로 번역하였다
후쿠자와 유키치가 자신의 저서 '서양사정'에서 '자유'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중국과 한국의 지식인들도 일본의 자유 개념을 도입하게 되면서 점차 동아시아에 확산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근대에서 자유의 의미는 왕이나 귀족이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도 '정치적 권리'가 존재함을 의미하였다
각자 개인들이 사회적 구속에서 벗어난 상태를 말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자유란 타인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의 의사와 생각을 행동의 근원으로 삼는 것이다
스스로 행한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하고, 자신의 요청이 행동의 근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동양에서 자유롭게 산다는 의미는 마음이나 의식의 문제이고, 자유로운 삶은 마음에 달려 있었다
인간만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동물들에게 의식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현대 생물학자들은 동물들에게도 마음이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인간만이 의식을 가진 것은 아니고, 다른 생명체들도 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한다
마음은 생명체의 진화과정에서 생겨난 것은 분명하다
마음과 의식이라는 정신적 활동은 생명체의 어느 단계, 어느 시기에 발생하였다
인간의 마음은 진화의 결과물로 인해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고 단정한다
리처드도킨스는 자연을 <눈먼 시계공>에 비유했다
생명의 진화는 자연에서 생존과 번식에 성공한 우연한 선택이며, 현존하는 생명체는 자연이 빚어낸 결과라고 단언한다
자연은 마치 고도의 정밀도를 요하는 시계를 만드는 기술공과 같다고 말한다
과거 시계는 가장 복잡하고 정밀도를 요하는 장치였기 때문에, 자연을 정교한 시계공에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도킨스는 자연을 '눈먼 시계공'으로 정의하였다
눈이 멀었다는 표현은 자연에게는 목적도 없고 계획도 없기 때문에 사용했다
현실에서의 시계공은 시계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도 있고, 미래의 결과를 내다보면서 부품들을 제작하고 조립해 간다.
톱니바퀴와 용수철, 시침과 분침을 만들고 조립하여 시계를 완성한다.
반면 자연에는 방향과 목표도 없다
어떤 의도를 갖고 있지 않고 계획도 따로 없다
자연에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나오고, 의식과 마음이 출현한 것도 전혀 계획된 의도가 없었다
그래서 도킨스는 자연을 전망도 없고 통찰력도 없는 눈먼 시계공이라고 명명했다
자연이 만든 생명체는 실제 시계와 비유할 수도 없는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존재이다.
창조론자들은 이런 견해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이렇게 신비한 생명체가 의식도 목적도 없이 우연히 생겨날 수는 없다고 믿는다
뛰어난 지적설계자(신)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애써 강조한다.
사실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19세기 신학자의 주장을 패러디한 개념이다
신학자 윌리엄 페일리라는사람이 자신의 논문에서 '의식이 있는 설계자가 생명을 창조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어떠한 목적을 가진 시계공이 정교하고 복잡한 시계를 설계하고 만든 것처럼 생명은 신에 의해 창조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도킨스는 페일리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진화 과정에 설계자가 존재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눈이 먼 시계공'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연의 생명체는 숙련된 시계공이 설계하고 수리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먼 소경이 나름대로 고쳐보려다 실패하고 또 실패를 거듭하다 만들어진 것이다
뇌는 아주 오랜 기간 수많은 실패 끝에 얻어진 정교한 장치라고 한다
아무리 신비한 생명체라도 자연과 물리 법칙을 벗어나 존재할 수는 없다.
생명체에 어떤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물질과 다른 새로운 입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도 생명체라는 물질에 기반하여, 자연이라는 눈먼 시계공의 작품이 탄생시킨 것이라고 말한다
<눈먼 시계공, 리처드 도킨스>
마음에 대한 연구는 현대에 들어서는 생명과학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그들은 의식의 탄생을 규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뇌와 신경계이다
뇌는 신경세포와 뉴런으로 구성돼 있고, 신경망이 뇌와 온몸을 연결시키고 있다
마음은 뇌의 기능에서 나오고, 뇌는 신경세포와 신경망을 통해 작동하고 있다
마음 뇌와 신경계 활동의 결과물이다
신경과학이라는 학문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경계는 영혼의 육체이고, 뇌는 마음의 몸이라고 말한다
<벌레의 마음>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 있다
‘벌레의 마음’이라는 책은 2017년 서울대에서 연구하고 있는 젊은 과학자 5명이을 냈다.
책 내용에 등장하는 ‘벌레의 마음’은 ‘벌레의 마음 프로젝트’에서 유래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벌레에게도 마음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는 젊은 신경과학자들이었다
예쁜꼬마선충의 신경계를 연구하는 것은 마음의 실체에 접근하고자 하는 일이다
아주 단순한 생명체의 신경망을 완벽히 이해한다면, 인간의 복잡한 마음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 출발했다
젊은 과학자들은 모든 생명체에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특성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예쁜꼬마선충의 신경계를 들여다보면서 생명체의 마음을 보려는 것 같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하나의 공통조상으로부터 진화해 다양한 생물들이 탄생했으며, 이런 연유로 인해 생물의 발생과정, 대사 회로, 유전체 등에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벌레의 마음, 2017 바다출판사>
생물학의 전통은 보편성에 무게를 두는데 그들은 꼬마선충에게 진실인 것은 인간에게도 진실일 수 있다고 한다.
생물학자 자크모노(Jacques Monod)는 “대장균에서 진실인 것은 코끼리에서도 진실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프랑스의 생화학자인 그는 1965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했는데, 《우연과 필연》(Chance and Necessity, 1970년)에서 인간은 우주에서 우연의 산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돌연변이는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일단 일어나면 복제가 되면서 유지되고 자연선택의 대상이 된다.
자연선택을 결정하는 힘은 삶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증식능력의 차이라고 설명한다
돌연변이가 조금씩 축적이 되면서, 자연에서 생존하는데 더 나은 구조를 창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과학자들은 생명체의 마음이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예쁜꼬마선충 신경계를 들여다보는 이유는 마음을 탄생시킨 신경계의 근원을 연구하기 위한 것이다.
어느 벌레보다 신경계를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몸은 투명하고 주로 토양에 사는 아주 작은 벌레인데,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한 구조이며, 몸체가 투명해 관찰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썩은 과실에서 잘 발견되는 예쁜꼬마선충은 성충으로 자라는데 3일 정도면 충분하고, 수명도 3주 내외라서 실험실에서 연구용으로 사용하는데 용이하다
이 벌레는 300마리 이상의 후손을 생산할 수도 있는데 특히 체세포의 개수가 모두 합쳐도 100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길이 1밀리미터, 폭 1/20밀리미터로 작은 이 벌레는 신기하게도 투명해 밖에서 세포 하나하나를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원하는 시점에 신경세포와 신경회로를 조작할 수 있게 되면서 예쁜꼬마선충 연구는 신경생물학에도 크게 기여했다
작은 꼬마선충의 유전자 중 거의 40%가 인간에게도 보존되어 있고, 이 벌레의 신경발생 과정이 인간의 신경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1960년대 후반, 예쁜꼬마선충을 생물학 실험실에 도입할 생각을 처음 해낸 사람은 200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시드니 브래너다.
시드니 브래너는 이 작은 벌레의 신경전체를 시각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오늘날 이를 ‘벌레의 마음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예쁜꼬마선충 신경계의 구조’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논문은 모든 신경세포의 네트워크를 밝히고 있는데, 작은 벌레의 모든 행동을 규명할 수 있게 되었고 마음이 일어나는 물질적 토대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현재에도 작은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전 세계 수천 명에 달하며, 생명과 관련한 엄청난 성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이미 이 연구로 3명의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았다.
예쁜꼬마선충의 신경계를 연구하여 신경의 발생조절 유전자 및 뉴런의 네트워크를 밝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인간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생명진화의 역사에서 어떻게 마음이 탄생했고, 마음이 일어나는 뇌와 신경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들여다 보고 자유로운 마음을 규명하는 일도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뇌과학에서는 자유를 '아무런 제약 없는 선택권'으로 보지 않는다
뇌라는 생물학적 시스템 안에서 일어나는 정교한 통제 또는 의사결정과정으로 보고 있다
자유로운 마음에는 무엇보다 '자기가 한 행동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는 강한 주체성을 반영한다
남의 억압이나 강요에 의해 행동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자유이다
선택의 폭이 넓거나 선택할 가지 수가 많으면 더욱 더 강하게 느끼게 된다
결국 내가 이런 선택을 했고 마침내 그 결과를 이뤘다는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자유로움은 하나의 정답을 갖지 않는다
기존의 규칙과 방식대로 움직이지 않고, 늘 새로운 시도로 도전한다
고정관념이나 전통에 갇혀 있지 않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뇌신경활동에는 특정 패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경로로 신호를 주고받는 상태가 가능하다
자유로움에는 합당한 전략이 반영되어 있다
행동은 중독적 반응이나 강요에 의한 억압이 아니라, 자신의 목표와 가치관을 반영하는 행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
뇌의 전전두엽의 활성화는 충동적 경향을 억제할 수 있다
뇌의 선택과정에도 가장 적합한 이유를 만들어내고 실행에 옮긴다
자유로운 마음은 무작위적 선택과 다른 개념이며, 강한 주체성과 새로운 전략을 반영하는 것이다
항상 바른 선택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고, 적합한 선택이라고 판단하여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자유로운 마음은 우리 뇌에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스토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