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튜어트밀과 찰스다윈
오늘날에는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시기이다
민주주의 사회 내에서 사회적 자유는 국가와 다수 집단에 의해 개인의 자유가 침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로 쓰여진다
사회적 자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시작한 사상가는 존스튜어트 밀이다
그는 자유의 문제를 다루면서 철학에서 흔히 말하는 자유해방에 관한 문제와 구분지었다
지배자의 폭압에 저항하는 피지배계층의 해방에 대해 말하려고한 게 아니었다
사회적 자유는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발생하는 개인의 자유에 관한 문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밀의 저서 '자유론'에서는 개인의 자유에 대해 말한다
"인류 전체가 동일한 의견을 가지고 있고 한 사람만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을 때, 인류가 그 한 사람을 침묵시킨다면 인류전체는 그 한 사람보다 더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의견을 묵살하고 비난하는 것은 특별한 해악이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반대의견이 비록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그것이 진리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의견을 침묵시키면 우리는 진리를 얻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줄 수 있는 풍토,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제도를 강조했다
'다수에 의한 폭정'이라는 표현을 통해 집단내 다수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 횡포는 다른형태의 정치적 탄압보다 훨씬 더 가공할만한 것이 된다.
정치적 탄압을 가하는 사람들보다 극형을 내리지는 않지만 개인의 삶 사사로운 구석구석에 침투해, 마침내 그의 영혼까지 통제해 도저히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경고한다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의견이나 감성이 개인들에게 가하는 횡포와 압박이 심각한 위협요인임을 경고한다
사회적 자유는 개인들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회적 통념과 관습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국가나 집단이 개인의 삶에 관여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은 다수에 의한 '사회적 제재'라는 개념에 단호히 반대한다
"타인의 행동이 그들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칠 때, 사회가 간섭할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다.
개인은 자신의 건강이나 도덕성에 해가 되는 일을 할 자유를 가지고 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칠 때만 간섭할 정당성이 있다."
개인의 행동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법률적 제재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난, 도덕적 비판, 그리고 사회적 배제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오늘의 사회에서도 다수의 집단이 한 개인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사례는 허다하다
우리사회 역시 정서적 분단과 대결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념적으로 가르고 정치적 성향으로 나뉘어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집단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집단내 구성원에게는 어떤 잘못도 용서가 되고, 한없이 관용을 베푼다
외집단에게는 서로 원수같이 싸우면서, 상대진영 사람들에 대한 비방과 조롱이 일상화되었다
집단주의 문화는 마음의 자유를 부인하고, 각자의 기호와 취향도 문제를 삼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는 대개 국가권력과의 관계에서 침해당하고 있다
국가권력으로부터 침해받지 않아야할 개인의 자유에 대해 밀은 세 영역으로 구분해서 정의한다.
첫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양심의 자유를 요구한다
사상과 감정의 자유, 도덕ㆍ종교의 자유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둘째, 개인의 기호와 취향의 자유이다
각자는 자신의 성격에 맞도록 삶을 꾸려가고, 개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자유이다
셋째,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과 기호에서 출발하여, 동일한 사상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단결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단 타인에게 해를 끼지지 않는 전제아래 어떤 목적을 위해서 단결하는 자유이다
밀은 “자유라고 불릴 수 있는 유일한 자유는, 우리가 타인에게 행복을 뺏으려 하지 않는 한, 또는 타인이 행복을 얻고자 노력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한, 우리 자신의 방법으로 우리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유”라고 강조한다.
밀의 자유론에서는 ‘해악 원칙(harm principle)’을 설정하고 있다
"개인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의 행동은 간섭받지 않아야 된다"는 원칙이다
개인 행동에 대한 제재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고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다
해악원칙에 입각하여 도박이나 마약, 술과 독극물 등에 대한 독특한 해법도 제시하고 있다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개인이 마약을 사용하고 도박을 하는 것도 각자의 선택에 따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마약중독으로 사회에 피해를 입힐 수 있고, 도박 중독이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만 국가의 규제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밀이 주장하는 국가의 개입은 직접적인 방식보다는 간접적이어야 한다
국가가 마약과 도박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하고 예방하는 방식으로 국가의 역할을 제한해야한다고 했다
국가에 의한 전면금지는 해악원칙에서 벗어난다
이런 태도는 사회와 타인에게 심각한 해악을 끼쳤는지를 판단하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마약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한다.
마약 투약 행위 자체보다는 마약의 제조나 판매 행위만 범죄화하여 처벌한다.
심지어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연립정부가 들어선 후 시에서 마약복용센터를 개설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마약중독자들이며, 마약 투약을 마친 뒤 퇴실 할 수 있도록 개인용품 세트를 제공한다.
본인이 원하는 방식대로 마약을 할 수 있도록 주사 공간과 마약을 제공하고 있으며, 특별히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절대 마약 투약과정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중독자들을 방치할 경우, 그들은 심각한 질병에 시달리다 죽음으로 내몰리거나 마약을 구하려고 범죄의 유혹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무료로 제공하는 마약을 제공하는 이유는 마약 중독자들이 사회에 더 큰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 사회에서는 해악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전면 금지하고 있다
마약범죄자의 경우 사회적 해악을 끼치지 않더라고, 개인에 대한 무차별한 공격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일 경우 집단린치와도 같은 공격이 일어나고, 때때로 당사자는 비극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한 개인에 대한 집단공격과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사람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는, 우선 개인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밀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유방임주의적 성격을 띠지만, 빈곤 퇴치와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의 개입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빈곤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넘어서 사회 안녕과 개인의 존엄성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로 보았다
개인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국가의 책무를 강조했다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필연적으로 사회 불안정과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고 경고하였다
밀은 또한 사회안전망을 내세운다
사람들이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빈곤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고, 사회 전체의 안정을 유지하는 필수적 요소로 보았다
자유의 기저에 빈곤과 질병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필수적임을 제시한 것이다
밀의 문제의식은 현대의 복지사회에서 반영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관료사회에 단호히 반대한다
큰 정부는 반드시 거대한 관료조직을 만들고 그것을 유지하는 낭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촘촘히 복지체계를 짜고 거대한 예산을 들여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새로운 정책이 추가될 때마다 정책을 관장할 공무원은 늘어가고, 새로운 조직과 시설들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나중에는 많은 세금을 들여 공무원을 먹여 살리는지, 국민의 복지를 늘리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구분이 안된다
밀은 정부의 개입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지원한다고 해도, 국가의 과도한 간섭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견지했다
정부가 어떤 일을 독점하게 되면 정부조직은 비대해지고 권력을 집중시킬 것이다
정부가 나서는 것보다 개인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당장에는 비효율적이나 민간에 맡겨두면 점차 나아져 훨씬 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대한 관료사회는 혁신과 효율을 추구하지 않고 아무련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고 보았다
존스튜어트밀과 함께 동시대를 살았던 프랑스의 토크빌도 민주주의의 약점에 대해 매우 경계한 사람이다
민주주의를 옹호하면서도 민주주의에 장착된 약점을 보고 이를 극복할 방법을 모색했다
토크빌도 민주주의가 ‘민주적 전제’로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를 원칙으로 하지만, 이 다수의 지배가 제어되지 않을 경우에는 생각이 다른 소수를 억압하는 ‘민주 독재’로 치달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밀도 주권자 대중이 사적인 계급이익에만 매몰될 경우엔 민주주의가 사악하고 무능한 정치체제로 타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다수의 횡포를 막기위해서는 토크빌은 ‘참여 민주주의’를, 밀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제안했다
토크빌은 미국 곳곳을 둘러보고 쓴 <아메리카의 민주주의>에서 “인민들로 하여금 자기 조국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가장 강력한, 아마도 유일한 방법은 정부 일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밀도 공공 영역에서 대중의 참여를 강조했다
대중이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성장할 때까지는 지적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들이 정치적으로 더 큰 발언권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밀은 <대의정부론>에서 정치적 사안에 숙련된 현명한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지도하는 ‘숙련 민주주의’를 제창한다
< 민주주의 - 밀과토크빌, 서병훈, 2020 >
21세기 현실에서도 엄청난 정보소통이 이뤄지면서 극심한 포퓰리즘이 만연한 사회가 되었다
대중적 선동으로 다수를 열광시킬 수 있는 힘은 강력하다
민주주의의 모순은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현대정치의 흐름은 직접 대중을 상대하는 선전선동의 정치로 변해하고 있다
소수화된 집단이 나타나고 민주화된 사회내에서도 강력한 소수 집단의 위력이 다수보다 강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주의의 적은 내부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스스로 내부 통제력을 상실해 갈때 기형적인 이념과 집단이 어느새 사회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이런 경우 집단광기가 끝나기 전에는 아무도 자신들의 위험성을 자각할 수 없다
마치 자신의 몸이 아무런 자각증상 없이 망가져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밀의 사회적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는 다수의 폭정을 거둬내고 개인에게 침묵할 것을 강요하지 않은 사회를 말한다
다수의 표준과 통념을 강요하지 않고 개인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이다
이러한 밀의 자유사상은 서구와 미국의 자유주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찰스 로버트 다윈은 영국의 생물학자로 ‘진화론’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이디
다윈은 생물의 모든 종이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이어졌다고 본다
자연에서 적응한 생명체만이 살아남는다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을 통해 이뤄진다고 보았다
생명의 다양성은 아주 오랫동안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분화된 결과라고 보았다
밀의 자유론이 출간되던 해인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에 대하여'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종의 기원에 대하여'는 생물의 진화론을 주장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만큼이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신의 뜻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창조설'을 부정한 것이다
이때부터 창조론과 진화론이 대결하기 시작한다
진화론은 생명체의 근원을 밝히는 문제이지만, 사람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는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다
흔히 진화론의 창시자로 다윈을 떠올리지만 실제 1858년 다윈은 윌리스와 공동으로 진화론을 발표했다
다윈이 진화론을 공동으로 발표하게 된 사연이 있었다
1858년 6월 18일 오랫동안 서신을 주고받아온 월리스로 부터 다윈에게 편지가 왔다
이 편지에는 ‘원형으로부터 무한정 이탈하는 변형의 성향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논문이 들어 있었다
그는 아마존과 동남아를 탐험하며 혼자서 생태계를 관찰해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다윈이 오랫동안 연구한 진화론과 똑같은 내용을 논문으로 보내온 것이다
‘생존투쟁을 통해 하나의 종이 새로운 종으로 분화한다’는 자신의 이론을 정리해 다윈에게 검토를 요청한 것이었다
당시 다윈은 20년 넘게 진화론을 연구했지만 차마 내용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다윈은 당혹스럽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곧바로 친구들과 상의했는데, 친구들이 묘안을 짜냈다
월리스의 논문과 다윈이 자연선택에 관해 쓴 글, 다윈이 1857년 친구 후커에게 쓴 자연선택론에 대한 편지 일부를 런던 린네학회에서 함께 발표하자고 제안했다
다윈의 ‘발견 우선권(scientific priority)’을 전제로한 고육책이었다
급조된 논문발표회는 다윈이 편지를 받은 지 13일이 지난 7월1일 학회에서 개최되었다
윌리스는 당시 인도네시아에 머무르고 있었서 학회 참석을 통보받지 못한 상태여서 참석할 수 없었고, 다윈은 아들의 죽음으로 발표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최초의 진화론은 다윈과 윌리스의 공동발표로 결정되었고, 당사자들이 참석하지 못한 상태로 진행되었다
만인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였다
다윈은 이때부터 박차를 가하여 책 출간 작업에 나섰다
이리하여 1859년 11월 런던에서 출간한 책이 ‘종의 기원'이다
월리스는 항상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항상 다윈을 먼저 내세웠다고 한다
1889년 ‘다위니즘’이라는 책까지 내면서 다윈을 진화론의 유일한 대부로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잊혀진 인물이 되었고, 최근에서야 윌리스의 공적을 재조명하는 조사도 많아졌다고 한다
다윈은 한때 신학을 공부했지만 그는 박물학자가 되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은 해군 탐험선 비글호에 승선해 5년간에 걸쳐 세계를 항해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비글호는 유럽을 출발해 남미와 아프리카를 거치고, 태평양을 횡단해 뉴질랜드와 호주에도 갔었다
그는 관찰한 것을 꼼꼼히 기록했고, 수많은 채취 견본을 가지고 돌아왔다
비글호 경험이 진화론을 탄생시킨 근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갈라파고스섬의 경험은 특이했다
1835년 다윈은 갈라파고스 섬에서 14종의 핀치새가 서로 각기 다른 부리 모양을 갖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섬에서 다양한 핀치새를 보고 다윈은 이들이 모두 다른 종이라고 생각했다
귀국 후 다윈은 핀치새들을 조류학자들에게 보여주고 자문했는데, 그 결고는 다윈이 상상한 것과 달랐다
이들은 모두 핀치새가 한가지 종이며, 부리 모양이 먹이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다윈이 ‘자연선택설’이라는 가설을 세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생물 종의 개체끼리 경쟁할 때 생활하는 환경에 가장 적합한 개체만이 살아남는 현상이 반복돼 진화가 일어난다’는 원리를 말했다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여 바뀌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는 다양한 변이들이 존재하고 자연환경에 살아남는 자만이 번성하게 되는 원리이다
진화론의 핵심은 자연선택설이다
현재 존재하는 생물들은 처음부터 종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진화한 것이다
다윈은 진화론으로 부터 생명체의 다양성을 설명했다
다양성은 생명의 입장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수많은 변이와 다양성이 자연의 환경 변화에 맞춰 생존하게될 근원이 된 것이다
인간 각자의 다양성은 생명체 그 자체의 특성이고, 오랜 생물의 진화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다윈은 생물 종이 원래 그렇게 창조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자, 신학자로서 그의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종은 신이 창조한 것이고 불변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서신을 통해 마치 자신이 살인을 고백하는 것과 같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화론의 대가 리처드 도킨스는 자연을 <눈먼 시계공>으로 비유했다
생명의 진화는 우연한 선택이며, 현존하는 생명체는 자연이 빚어낸 결과라고 단언한다
자연선택과 시계공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시계는 가장 복잡하고 정밀도를 요하는 장치였다.
실제 시계공은 시계를 만들기 위해 설계도를 가지고 있고, 마음의 눈으로 미래의 결과를 내다보면서 부품들을 제작하고 조립해 간다.
시계공은 톱니바퀴와 용수철, 시침과 분침을 만들고 조립하여 시계를 완성한다.
반면 자연에는 설계도도 없고 목적도 없으며, 어떤 의도를 갖고 계획을 세우지도 않는다.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나오고, 의식과 마음이 출현한 것도 전혀 계획된 목적이 없었다
자연은 전망을 갖고 있지도 않고 통찰력도 없는 눈먼 시계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연이 만든 생명은 실제 시계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며 신비로운 결과물이다.
창조론자들은 이렇게 신비한 생명체가 의식도 목적도 없이 우연히 생겨날 수는 없으며, 뛰어난 지적설계자(신)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강조한다.
사실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은 창조론자들을 반박한 개념이다
19세기 신학자 윌리엄 페일리는 자신의 논문에서 어떠한 목적을 가진 시계공이 정교하고 복잡한 시계를 설계하고 만든 것처럼, 의식이 있는 설계자가 생명을 창조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도킨스는 페일리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진화 과정에 설계자가 존재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눈이 먼 시계공'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생명체는 숙련된 시계공이 설계하고 수리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먼 소경이 나름대로 고치는 과정에서 실패하고 또 실패를 거듭하다 만들어진 것이다
아주 오랜기간 수많은 실패 끝에 얻어진 정교한 장치라고 한다
생명체는 자연이라는 눈먼 시계공의 작품이 된 것이다
다윈은 진화론에 근거하여 인종차별이 근거없는 것이며, 노예제에 단호히 반대했다
다윈이 탑승했던 비글호에는 세 명의 파타고니아 원주민이 함께했다고 한다
첫 번째 비글호의 항해에서 인질로 사로잡혔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잉글랜드에서 지내다 선교사로 참여하였다
다윈은 이들이 문명화된 모습을 보이지만, 과거에는 그들의 종족들처럼 야생에서 거칠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잉글랜드 사람과 파타고니아 원주민의 차이는 문명과 전통이 다를 뿐이지, 인종간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당시 기독교인들은 인간과 원주민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다윈은 진화론에 근거하여 인종적 우월성을 부정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였다.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항해중일 때 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예들에 대한 차별에 대해 매우 강도높게 비난했다고 한다
영국인들이 노예들을 함부로 대하는 야만성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인간 차별은 존재할 수 없다
같은 인간종끼리 차별하는 태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 노트에서 흑인이 백인과는 다른 종에 속한다는 생각을 이렇게 비판했다.
“흑인을 다른 종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노예 소유주들이 아닌가? 단일한 조상에게서 나온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진화 과정 속에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 대목이 다윈과 밀의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밀의 자유인은 유럽 사람들에게 국한된 것이었고, 인류를 다같이 평등한 자유인으로 보지 못했다
고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리이스 노예제도를 당연하게 여겼던 것 처럼, 서유럽의 식민지 침략과 수탈에는 눈을 감았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결코 식민지 현지인들을 백인과 똑같은 존재로 바라보지 못했다
밀은 인도인의 미개성 때문에 아직 인도 사람들은 자립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영국 식민통치의 피해자인 인도인들에 대한 배려조차 찾을 수 없고, 영국이 행한 폭력과 억압에 대한 비판도 없다
인종차별적 인식은 유럽의 계몽주의 사상가들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동시대를 살았던 칸트도 '인류학 강의'에서 흑인들을 비하하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흑인들이 본능적이고 지적능력이 백인들에 비해 열등하다고 지적하며, "일종의 자연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문명화될 수 없다"고 했다
독일 철학자 헤겔도 그의 '역사철학' 강의에서 아프리카를 역사의 일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프리카는 문명화되지 않았고, 역사적 진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비하적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인문학에서 출발한 사회적 자유에대한 인식은 진화론이 밝힌 생명체에 대한 이해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인간의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사람의 다양한 차이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완전히 갈리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진화론이 인종차별과 학살에 이용된 경우도 있었다
나치는 아리안종의 우수성을 주장하고, 인류의 혈통을 순수하게 만든다는 명목하에 유태인 대학살까지 자행했다.
'우생학(eugenics)'과 '사회진화론'은 인종차별을 당연시하고 침략을 정당화하는 학문적 배경이 되었다.
인간 가운데 가장 진화한 백인이 전 세계를 지배하고, 열등한 유색인종들을 다스려야한다는 인종우월의식을 합리화하는데 뒷받침이 되었다
진화론의 '적자생존' 개념이 가장 왜곡돼 사용되어온 논리이다.
원래 '적자(fittest)'란 절대 강한 자가 아님에도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로 비약했다
자연 상태에서 강한자가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는 정당성을 부여했다.
적자는 단지 환경적응도가 높은 생물을 의미하는 것이며, 특정 환경에 놓인 생물의 '번식 성공률' 정도를 말한다.
적자생존이 약육강식 논리로 변질된 것이다
정복한 민족을 살육하고 지배하며, 제국주의적 침탈의 당위성을 세우는 주장이 되어버렸다.
인간은 유전적으로 큰 차이는 없으며, 선천적인 차이로 차별받을 만큼 운명지워지지 않았다.
다만 인간이 스스로 개척해온 집단의 차이, 집단이 만들어온 문화적 성과가 다를 뿐이다.
현대 생명공학에서도 인종간의 유전적 차이는 미세하다고 말한다
'인종적 차이'는 '개인간의 차이' 보다도 훨씬 적다는 점이 유전자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사람의 차이는 DNA복제의 불완전함에서 유래한 것이며, 복제가 완벽하게 이뤄졌다면 생물의 다양성도 없을 것이고, 인간들간의 차이도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똑같은 부모들 사이에서 태어난 형제들도 완전히 다른 사람들처럼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간의 차이는 인류의 동일성에 비하면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은 수준이다.
인간으로서의 기본 유전자는 거의 같으며, 인간 유전자 30억개중에서 0.08%인 약200만개에서 약3백만개 정도만이 다르며, 인종간 차이는 0.1%에 불과하다고 한다
같은 민족내에서의 개인차이가 서로다른 인종간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는 결론이다
인종적 우월감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들간의 극히 미세한 차이를 극대화한 것이 인종차별론자들의 논리이다
밀과 다윈은 똑같은 해에 '자유론'과 '종의 기원에 대하여'를 통해 인간의 조건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동시대를 살았던 두사람은 인종차별과 노예제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자유주의에 '사람의 차이를 사회적 차별로 대우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 추가되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