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저질체력도 문제없어요 아부오름

스누피가든과 함께 가면 좋은 여행 코스

by 제주 스토리 작가

얼마 전에 ‘이재수의 난’이라는 영화를 보았어요

20대 시절의 이정재와 심은하는 역시 젊네요.

1999년에 방영해 25년 전 제주 자연과 오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라고 들어 궁금한 마음으로 보게 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아부오름이 나옵니다

아부오름 분화구 안에 둥그런 원형 모양으로 삼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이재수의 난 영화를 위해 일부러 심어 놓은 것이라 하네요 사진으로 보면 도넛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굼부리 안에서 타원형으로 자란 삼나무 모양이 로마의 원형 경기장의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요 이처럼 아부오름은 재미있는 분화구를 갖고 있는데요
이재수의 난은 제주 ‘신축민란’을 다룬 영화로, 토착 신앙이 전통 종교였던 제주도민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천주교를 향한 반감과 제주도의 토호 세력, 중앙에서 파견한 봉세관 간의 갈등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 봉기입니다
이정재가 이재수 역할을 했는데, 제주 사투리를 구사하는 것이 약간은 어색하게 들리지만, 그 당시의 제주 농민들의 시대적인 참상을 잘 보여준 영화랍니다
제주의 옛 오름들의 모습 보려고 영화를 보게 된 건데 '어차피 굶어 죽느니 차라리 싸워 죽겠다'는 제주 민중들의 억울했던 환경에 마음이 씁쓸해 지네요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이처럼 오름안에 오롯이 녹아져 있습니다
아부오름은 완만한 능선이 있는 원형 분화구와 둥근 원형의 삼나무로 한 배경이 멋있는 곳으로
이효리의 ‘서울’ 뮤직비디오와 악동뮤지션의 ‘Dinosaur’ 뮤직비디오도 찍기도 했어요

이재수의 난 영화에서 이정재가 말을 타고 아부오름 능선을 오르내리고, 마을 주민들이 오름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25년 전만 해도 영화에 나오는 아부오름과 그 주변의 오름들은 거의 민둥산이었어요

시간이 흘러 삼나무와 소나무가 점점 자라나 아부오름의 멋진 분화구가 점점 가려지고 있습니다
분화구 안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춤을 춘 이효리의 모습과 악동뮤지션이 분화구 안에서 공룡을 찾는 영상을 보며 분화구 모습을 그나마 자세히 보게 되네요

아부오름. 이름이 귀엽지 않나요?

누구한테 아부를 한다는 오름인가?
아부오름은 송당마을의 대표 오름인 당오름의 남쪽 즉 앞쪽에 위치하고 있어 앞오름이라 하고, 일찍부터 아보름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산모양이 믿음직한 것이 마치 가정에서 어른이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한자로는 亞父岳(아부악), 阿父岳(아부악)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유래도 있습니다

오름 이름 하나에도 이렇게 여러 가지 설들이 있어요

아부오름은 비고가 51m로 높이가 낮고 아담하여 오르기 쉬운 오름입니다

흔히 저질체력인 분들이 제주도에서 오름 하나 오르고 싶다고 하면 추천하는 오름이죠

아부오름 입구에는 장동건과 고소영 주연의‘연풍연가’ 영화 촬영지인 나 홀로 나무가 있어 커플들이 오면 사진을 찍으며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시작을 하여 5분~10분 계단을 걸으면 바로 정상이 나옵니다

너무 놀라서 정말 다 오른 거야? 하고 놀라는 오름^^
맨 아래에서 출발할 때는 정상의 모습이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계단을 오르는데 힘들다고 징징 대자, 아빠가 5분 남았다고 달래며 올라가는 모습이 정겹네요

비고가 높지 않기 때문에 다른 오름들처럼 미친 풍광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분화구 둘레길을 산책하며 힐링하기에 좋은 오름입니다
정상에 올라오면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래 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돌아야 분화구뿐만 아니라 주변 풍경들이 더 예쁘게 보이니 둘레길 걸을 때 참고 하면 좋을 거예요
둘레 길을 걷다 보니 가끔 소똥이 보입니다

아부오름도 말과 소를 키우는 오름이었구나 하고 알게 되네요

소나무가 둘레 가득 자라고 있어 가끔 숲길을 걷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지만, 고요한 분화구 둘레를 걷는 말 그대로 분화구 둘레길입니다
분화구의 바깥 둘레가 1,400m, 분화구의 깊이가 84m로 제법 큰 분화구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완만한 경사면을 가지고 있어 내부를 바라보면 부드러운 곡선의 분화구가 아름답게 느껴져요

이런 둘레 길의 풍경을 느끼며 천천히 걸으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거죠

9월 말에 방문했던 아부오름 둘레 길도 용눈이오름처럼 수크령으로 둘러 쌓여 있었는데요

방문한 날 제초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커다랗게 자란 수크령을 잘라 길을 넓히고 있었습니다

모양은 강아지 풀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크기는 2배로 크고 색깔은 까만 식물인 수크령이 길을 덮을 정도로 았는데 그 모습 또한 장관 이었습니다

수크령은 사자성어 ‘결초보은’이라는 사자성어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한데요

"풀을 묶어 은혜를 갚다"라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로 여기서 말하는 풀이 바로 수크령입니다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군주 위무자의 애첩이 있었는데, 나이기 많았던 군주는 자신의 아들 위과에게 자신이 죽으면 애첩을 재가시키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위독해진 위무자가 자신이 죽으면 애첩을 같이 묻으라고 유언을 남기고 죽었습니다 전혀 다른 두 유언 사이에서 고민한 위과는 아버님이 정신이 온전할 때 남긴 말씀을 따르겠다고 결심하여 애첩을 재가시켰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른 뒤 전쟁을 벌이던 중 한 전투에서 적장이 도망을 치다가 풀로 만든 올가미에 발목이 걸려 넘어졌고 그 기회를 틈타 적장을 물리쳐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그날 밤 위과는 “나는 네가 시집보낸 아이(애첩)의 아버지다 오늘 풀을 묶어 네가 보여 준 은혜에 보답한 것이다”라는 꿈을 꾸게 된다 라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여기서 나오는 풀이 바로 수크령입니다

실제로 수크령의 줄기를 뽑아서 만져 보았는데 얇은 줄기여서 쉽게 끊어지지 않을까 하고 직접 끊어 보려 했지만 줄기가 단단하고 질겨 쉽게 끊어지지 않았어요

수크령의 역사 이야기를 생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둘레길을 다 걸었네요

야자매트로 잘 포장되어 있어 걷기도 좋고 발도 편해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었어요

이렇게 쉬운 오름은 도두봉 이후로 오랜만입니다~~
요즘 제주도에서 핫한 장소 중의 하나인 스누피 가든이 바로 옆에 있어 여행 동선을 같이 짜보면 좋을 것 같아요

스누피 가든에도 아부오름과 오름에 대한 안내가 있어 제주 동쪽 여행 시 함께 짜면 후회 없는 제주 동쪽 코스가 될 것 같습니다

주차장도 넓고 화장실도 있어 가족들과 편안하게 오름 하나 오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는 오름입니다

#아부오름 #스누피가든 #제주동쪽여행

keyword
작가의 이전글최고의 분화구, 환상적 소사나무숲길의 다랑쉬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