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느리고 끈질긴 변화를 통해 살아남았다. 마치 카멜레온이 환경에 맞춰 색을 바꾸듯, 나 역시 삶의 여러 국면에서 변화하며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은 나를 더 넓은 세계로 이끌었고, 지금도 나의 여정을 계속 이어가게 한다.
어릴 적 자연 속에서 뛰놀던 기억은 내 모험심의 출발점이었다. 시냇물과 논밭, 과수원에서의 경험은 세상을 탐험하고자 하는 열망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가족이 서울로 이사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도시 생활은 자연과는 달랐지만, 내 안의 탐구심과 모험에 대한 열망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대학에서 외국어를 전공하며 새로운 세계를 꿈꿨고, 포르투갈 유학을 통해 아프리카 문화를 접하며 그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만난 아프리카 친구들과의 대화는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그들과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문화원에서 일하며 강의를 했지만, 더 큰 비전을 품고 아프리카로 향했다.
모잠비크에서의 첫해는 낯선 환경 속에서 적응하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언어와 문화, 기후 모두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나는 천천히 변화를 받아들이며 현지인들과 삶을 공유하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변화란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이라는 점이었다.
현재 나는 아프리카 전문가이자 젠더 전문가로서 해외공적원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30년에 걸친 아프리카와의 인연을 통해 다양한 삶을 경험했으며, 특히 여성과 소녀들의 도전과 희망의 이야기에 깊이 감명받았다. 모잠비크 여행 중 만난 젊은 엄마, 인터뷰 중 수줍게 의자를 건넨 소녀, 어린 동생을 업고 문해 교실에 참여한 어린 소녀 등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또 다른 변화를 가르쳐 주었다.
앞으로 나는 아프리카 여성과 소녀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자 한다. 그녀들의 삶과 도전은 단순히 내 기억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 희망과 도전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 카멜레온처럼 환경에 맞춰 변화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나의 여정은 이제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