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와 강인함: 아프리카 여성들의 이야기
아프리카 여성들의 이야기
아프리카는 단기 방문과 장기 거주를 통해 접했을 때 내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특히 농촌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내가 당연하게 여겼던 상식과 사고방식이 자주 도전받았다. 모잠비크에서의 생활은 아프리카 여성들의 삶과 헌신을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래를 옮기는 여성, 그리고 노동의 중심에 선 여성들
모잠비크의 꾸앙바에서 살던 시절, 집 담장을 수리하기 위해 모래를 주문한 적이 있다. 며칠 후, 용달 트럭이 도착했는데, 트럭 짐칸에는 모래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그 위에 한 여성이 삽을 들고 서 있었다. 나는 혹시 남자 일꾼이 따로 있나 두리번거렸지만, 운전기사 외에는 그 여성뿐이었다. 그녀는 말없이 삽질을 시작했고, 모래를 마당에 부어놓은 뒤 태연하게 자리를 떠났다.
이 경험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모잠비크에서는 농사일 역시 여성들이 주로 맡는다. 남성들은 주로 땅을 개간하거나 수확물을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을 맡고, 여성들은 씨 뿌리기부터 수확까지 대부분의 농업 과정을 책임진다. 수확철이 되면 여성들은 밭 근처에 움막을 짓고 몇 주 동안 머물며 일하기도 한다. 이들의 노동은 단순히 농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밭일 외에도 땔감 채집, 물 긷기, 식사 준비, 자녀 돌보기 등 하루 평균 14시간 이상을 노동에 쏟는다.
삶의 무게를 견디는 여성들
아프리카 농촌에서 한 끼 식사를 마련하는 일조차 엄청난 수고를 필요로 한다. 주식인 옥수수와 카사바 가루를 만들기 위해 여성들은 말린 옥수수와 카사바를 절구에 넣어 빻는다. 이는 방앗간이 없는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이다. 절구통은 성인 허벅지 높이 정도로, 단단한 나무를 깎아 만든 원통형이며, 절구공이는 두 손으로 겨우 들어 올릴 만큼 무겁다. 여성들은 무거운 절구공이를 반복적으로 내리치며 곡식을 빻아야 한다. 이처럼 아프리카 여성들은 고된 노동 속에서도 가족과 공동체를 지탱하기 위해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최근 들어 여성들의 노동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농업 기술 교육과 농기구 보급, 마을 공동 시설 확충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은 여전히 많은 지역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농촌 여성들의 삶은 여전히 힘겨운 현실 속에 놓여 있다.
역사의 중심에 선 여성들
아프리카 여성들은 헌신적인 노동뿐만 아니라 역사적 순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모잠비크 독립운동 당시 많은 남성들이 전사했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남편들이 남긴 무기를 들고 독립운동의 최전선을 지킨 것은 바로 여성들이었다. 이들의 희생과 공로는 독립 이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으며, 오늘날 모잠비크 정치에서 여성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2025년 현재 모잠비크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43.2%에 달하며, 주요 부처 장관직도 많은 여성이 맡고 있다. 최근 새 정부에서는 첫 여성 총리가 취임했고, 외무장관과 재무장관 등 주요 부처 역시 여성들이 이끌고 있다. 그러나 도시와 농촌 간 격차는 여전히 크다. 도시에서는 여성의 권리가 상당히 보장되고 있지만, 농촌에서는 여전히 교육 기회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부족해 많은 여성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강인함과 희망의 불꽃
아프리카 농촌 여성들은 가족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진정한 ‘원더우먼’이다. 이들의 강인함과 헌신은 아프리카의 현재와 미래를 지탱하는 힘이며, 다음 세대를 밝히는 희망의 불꽃이다. 그러나 이러한 헌신이 단순히 묵묵히 감내해야 하는 현실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와 지역 사회는 이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삶의 무게를 견디며 희망을 만들어가는 아프리카 여성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감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과제를 던져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