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풀꽃을 읽는 아이

행정실 책장에서 시작된 작은 낭독, 그리고 마음이 자란 하루

by 차니또또엘

어느 기관에서 근무하든 책은 꼭 디스플레이해 둡니다.
직원들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제목만이라도 스쳐가며 마음 한구석에 남았으면 해서요.

오늘은 유치원 아이들이 행정실에 놀러 왔습니다.
그중 7살 규태가 시집 한 권을 집어 들더니
“저 글씨 읽을 줄 알아요!” 하며 환한 얼굴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었습니다.

“규태야, 실장님이 써줄게.
유치원 선생님이랑 엄마한테도 읽어드려.”
나는 종이에 시를 또박또박 써주며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풀꽃 – 나태주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선생님도 그렇습니다.
엄마도 그래.


행정실에서 몇 번 연습하던 규태는
유치원으로 돌아가 선생님께 시를 읽어드렸고,
그날 저녁엔 집에서 엄마에게도 읽어주었다고 합니다.

며칠 뒤 마주친 규태 어머님이
“그거 실장님이 시키신 거였어요?” 하며
살짝 웃으셨습니다.

그 웃음이 참 오래 남았습니다.
‘풀꽃’처럼, 자세히 보면 더 예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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