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기아, 오! 오오오 최강 삼성!

서로 다른 팬심 속, 학교는 오늘도 홈런

by 차니또또엘

점심을 먹고 운동장 등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데,
5학년 민호가 혼자 조회대 벽에 공을 던지고 있었다.


“민호야, 야구 좋아해? 어느 팀 팬이야?” 하고 다가가니,
“저는 한화 팬이에요!” 하고 대답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실장님은 기아 팬이야. 아들이 쓰던 포수미트가 있는데, 가지고 와서 같이 캐치볼 해 줄게.”

다음날부터 민호와 캐치볼을 시작했다.
3~4일이 지나자 6학년 영수와 5학년 수호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내가 없어도 셋이 스스로 야구를 하고 야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나는 완전히 빠져 주었다.

민호는 한화, 영수와 수호는 LG, 나는 기아 팬이었다.
서로 다른 팀 덕분에 매일 아침, 전날 경기 결과를 두고 놀리고 웃으며,
응원하며 보내는 시간이 이어졌다.

어느 날은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실장님! 실장님!”
아이들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영수와 수호였다.
LG가 기아를 이겼으니, 당연히 나를 놀리려고 찾아온 것이다.
나는 일부러 화장실에 더 앉아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점점 확산되었다.
5학년 영희가 삼성 팬으로,
3학년 쌍둥이 이현과 이원이 LG 팬으로 합류하며 야구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졌다.

“최강기아 승리하리라!”,
“오~오오오오오 최! 강! 삼! 성!”,
“사랑한다 LG!”,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아이들과 서로의 응원가를 부르며,
“오늘은 꼭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하고 저녁 경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운동장 위의 작은 행복이 되었다.

6학년 철수는 야구에 관심이 없어 가끔 소외되곤 했다.
“철수야, 야구를 모르니 재미없지? 실장님은 기아 팬인데, 응원가는 삼성이야. 치어리더들이 이쁘고, 응원단장이 응원가를 잘 불러. 한번 들어봐.”
그랬더니 다음 날 철수는
“실장님, 삼성 응원가 정말 좋아요!” 하며,
삼성 최강 구자욱 응원가를 부르는게 아닌가!

철수야 치어리더만 본 것 아니지?

물었더니 민망했는지 아녜요하며 도망친다.


어느 날, 5학년 여자 선생님께서 조용히 다가오셔서 말했다.
“실장님, 저도 기아 팬이에요. 요즘 기아가 너무 못해서 애들에게 놀림당할까 봐 공개 안 했어요.”
수줍게 웃으며 지나가는 모습이 귀여웠다.

야구를 매개로 소통하며,
아이들과 교사, 실장님 모두가 함께 즐기는 학교 생활 이런 학교가 참 재미있다.

작가의 이전글공기놀이, 행정실장의 작은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