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살아있음' 그 자체의 증거
행복의 재정의: '코어 메모리'가 알려준 살아있음의 감각
이번 화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행복. 참 흔하면서도 막상 설명을 하려면 어려운 단어입니다, 행복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학적으로는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일 것이고, 심리학적으로는 주관적인 안녕감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장면과 닮아 있습니다. 찰나의 기쁨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 그 사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핵심 기억이 되고, 그 사람의 본질에 깊은 영향을 끼칠 정도의 강력한 긍정적 에너지가 발생하는 순간, 저는 그것을 행복이라 정의하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살면서 그렇게 기뻤던 적이 많지 않았습니다. 저의 지난 글들에서도 언급했듯, 저는 감정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무덤덤한 성격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는 제게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뼈아프게, 그리고 선명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 같았던, 아버지의 '희망'
아버지는 본인이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의학적으로 수명이 정해져 있는 상태였지만, 장기를 이식받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으셨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제게 장기를 바꿔줄 수 있느냐고 물으셨고, 저는 "뭐, 까짓 거 바꿔주겠다"라고 덤덤히 대답했습니다.
그 순간 아버지의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정말 아이처럼 행복해하셨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간절히 원하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처럼 말이죠(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는 오늘도 크리스마스네요). 그 순수하고도 투명한 기쁨을 보며 저는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행복은 거대한 부나 명예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내일이 있다는 희망'과 '주체적으로 내 삶을 지속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온다는 것을요. 숨을 쉬고,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고, 내 의지로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는 '본질적인 살아있음' 자체가 행복의 가장 단단한 뿌리였던 겁니다.
10년의 방황, 그리고 다시 찾은 일상
그 대화를 끝으로 아버지를 보내드린 후, 저는 10년 정도 긴 방황을 했습니다. 행복의 본질을 보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잃어버린 상실감이 컸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어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났고, 저는 비로소 다시 행복해졌습니다.
아버지가 마지막에 보여주셨던 그 가르침을, 여자친구는 매일의 일상 속에서 제게 다시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행복이 얼마나 소소하고 자그마한 것들 속에 숨어 있는지 말이죠. 거창한 목적지가 없어도 곁에 있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 함께 걷는 거리, 이 모든 것들이 다 행복이었습니다.
행복의 기준점: 100만 원과 1000만 원의 차이
생각보다 행복은 별거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높은 연봉, 풍족한 삶, 빼어난 외모 등 타인의 시선에 맞춘 정답을 원합니다. 저 또한 저런 것들을 다 이뤄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행복은 결국 '자기만의 기준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에는 '적응 수준 이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100만 원의 수익에도 자신의 기준에 맞춰 깊은 만족을 느끼며 행복해하지만, 누군가는 1000만 원을 벌어도 타인과 비교하며 만족하지 못합니다. 후자는 900만 원을 더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의 행복을 절대 따라잡지 못하는 겁니다.
우리는 단 한 번뿐인 삶을 삽니다. 그런데 굳이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추며 불행할 필요가 있을까요? 현실과 타협하되, 그 안에서 나만의 적당한 행복 선을 찾는 것. 그것이 가장 현명하고 최고로 좋은 삶의 태도라고 저는 믿습니다.
오늘, 독자분들의 하늘은 어떤 색인가요?
행복해지기 위해 제가 추천드리는 아주 작은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나 밖으로 나섰을 때,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보며 사진을 찍어보는 겁니다.
매일 보는 하늘이고 당연한 풍경 같지만, 그 순간의 빛과 구름이 주는 평온함은 매번 다릅니다. SNS에 올라오는 자극적이고 화려한 사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오직 나만이 포착한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기록해 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과거에 연연하고 미래를 철저히 대비하며 사는 주의였습니다. 하지만 깨달았습니다. 모든 과거를 되돌릴 수 없고, 모든 미래를 완벽히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현재'라는 렌즈를 닦고 지금 내 앞의 풍경을 오롯이 바라보는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의 현재는 어떤가요? 무거운 짐은 잠시 내려놓고, 창밖의 하늘을 한 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은 늘 그곳에서 당신의 시선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오늘 찍은 하늘 사진 한 장을 소중히 간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