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저수지를 방문했다, 난생처음으로. 겨울철새는 떠나고 이젠 여름철새가 날아와서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한 이맘때의 왕버들이 푸릇푸릇 손가락을 펼쳐내고 있었다.
울문협 S선배님 고향집 옆이라 더 좋았고 걷는 내내 생각이 깊어졌다. 함께 걸으면서 설명까지 해주신 선배님 미소에서 이곳에 머문 온갖 새를 엿볼 수 있었다. 선배님의 어린 시절이 이곳이었구나, 그래서 훌륭한 시인이 되셨구나... 이곳의 문화재 중 하나인 '주남돌다리' 위를 건너는데 가벼움과 무거움이 교차했다.
나는 여기 오기 전날밤 주남저수지에 가게 되면 오로지 걸어서 주남저수지 한 바퀴를 다 돌고 가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주남저수지가 이렇게 넓은 곳인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들녘을 바라보면서 또 반대로 주남저주지 내부 전체를 바라보면서 농사가 주업인 주민들과 생태계를 걱정하는 조류 학자들의 관심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승용차로 이동해서 산남저수지 앞에 잠시 머물렀다. 그리고 S선배님께 '합산패총'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는데 참으로 신기했다. 신석기 때 패총유적이다. 창원에서 발굴된 유일한 신석기시대의 선사유적이라고 했다. S선배님이 어렸을 때 조개를 캔 추억이 있었다는 것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만큼 주남저수지도 주변도 많이 달라진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현장에 가보지 못하고 멀리서 보기만 하고 되돌아와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저수지가 보이는 어느 식당에서 늦은 점심(오리불고기)을 먹었다. 함께 동행한 H선배님이 사주신 점심밥이라 정말 맛있었다. 비 온 뒤라서 그럴까. 창문 너머 하늘은 파랗고 저수지 물은 흐렸다. 창문 너머 출렁거리는 물이 나에게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머위무침과 상추쌈만 계속 먹었다.
남은 탐방코스는 다음을 기약하고, 지금껏 옛날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저수지, '동판저수지'를 둘러보고 귀가하기로 했다. 귀한 새와 배 한 척이 왕버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동판저수지는 그야말로 순수하고 꾸밈이 없었다. 맑고 고요해서 새들의 안식처로는 최상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나의 여행은 함께 동행한 두 분 선배님께 사랑을 듬뿍 받은 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짙어진 날이기도했다. 집에 귀가해서주남저수지에 대한 시조 한 편을 찾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