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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Jun 25. 2024

내가 일본 마을 통장이다.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야?  냄비 속에 돌을 삶는 소리가 들렸다.

부엌으로 내려가보니 시어머니 (마스꼬)가 냄비에 무언가를 넣고 삶고 있었다.



마룻바닥에 떨어진 물과 야채를 밟아 바닥이 개판이었고,  인덕션 위 저 냄비 속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지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물과 함께 힘차게 끓고 있었다,

센 불에 냄비가 통째로 ‘덜덜덜’ 거리며 앞으로 전진한다.


냄비를 얼른 열어보았다.  찰밥이 든 큰 밥그릇을 작은 양의 물만 넣고 통째로 삶느라 그렇게 시끄러웠던 것이었다.


“아~니, 어머니 왜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고 냄비에 이러세요?”


“니가 레인지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질 않았잖니!”


“무슨 말씀이세요? 얼마 전에도 가르쳐 드렸잖아요!”

“손나고도나이!”(아니야 넌 가르쳐 주지 않았어! “)


”렌지 누르시고 이 버튼을 돌리면 시간이 나오잖아요? 보이시죠?  그다음에 시작 누르는 거잖아욧! “

“어무거나 막 누르지 말고 글씨를 좀 보고 읽어가며 누르세욧!! 하고 씩씩 거렸다.


“나는 처음이다. 니가 한 번도 가르쳐 주질 않았잖니! 라며 계속해서 우기고, 나도 열받아 큰 목소리가 오갔다.


큰 숨을 한번 내쉬고 “ 600와트에 맞추시고요,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시간 정하시고, 시작 눌러보세욧!“


그녀도 숨을 고르며, 오른손에는 물이 뚝 뚝 떨어지는 시금치 다발을 들고


“알았다. 한번 해 보마! “ 라며 씩씩거렸다.


흥분했고, 시금치 다발에서 물 떨어지는 꼴을 보니 더 화가 났다.  헉 헉  부엌에서 ‘훽’ 나왔다.


아~~ 신경질 나!. 별일 아닌데도, 남편의 느린 일 처리 때문에 아까부터 화가 난 상태였다.


벌써 준비돼 있어야 할 망할느므 ‘자치회 회비’ 영수증 31장에 ‘이름기입’을 한 달이 지나도록 준비해 놓지 않은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영수증에 한문으로 31세대 이름을 적는 것이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참고로 일본사람들 이름 한문 어렵다.)


12시쯤 뒤편에 사는 ‘아베 상’이 회비를 먼저 들고 왔는데 , 그녀의 이름 넉자를 쓰는데, 엉망징창으로 틀리게 써 보낸 게 분통하기 그지없었다.

阿部 oo라고 써야 하는데 問部oo라고 써 준 것이었다.  

아이쿠! 존심상해!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웃겨 죽는단다! “이게 웃을 일이냐?”

그날저녁 우리는 대판 싸움을 했다.




나도 일하랴, 마을 통장 하랴, 쉬는 날이면 시어머니밥해 주랴!  인생이 도대체 왜 이리 바쁜가!


특히 오늘은 31 가구를  저녁에 돌며 1인당 ¥3600 자치회 회비를 걷으러 다녀야 한다.


아날로그 사회답게, 일일이 손으로 한문 이름

영수증을 쓰고, 도장을 찍고, 내 돈도 아닌데  설명을 하고 굽신 거리며 받아낼 생각을 하니 아찔 했다! “

은행 송금 하면 안 되나?

또 31 가구 모두 집에  사람이 있다는 보장도 없다!   몇 날 며칠  수금을 하러 나가야 한다.



“내가 왜 이딴 일 까지 해야 하니? 니가 해야지,

일본말을 해도 니가 더 잘하고, 글을 써도 니가 더 잘하지, 그래~~ 안 그래!!

게다가 나는 한국사람이잖아!!!


“내가 놀고 있냐?”


“그럼 나는 놀고 있는 걸로 보이냐!! “


“ 그니까 누가 엄마 밥 해주래?”


“야, 그 얘기가 왜 나와?  그럼 안 해주냐? 누가 해주고 싶어서 하냐? “


“그러니까 마음이 우러나지도 않는데, 해주는 건

이중적인 거 아냐?”


“아~~ 그럼 일관성 있게 사람이 아파도 내 마음에서 우러날 때까지 안 해야 된다는 거냐?”


그래!! 그렇게 짜증 내고 그러려면 하지 말란 거지!!”


오~~ 그래? 그럼 그렇게 해야겠네? 마음이 우러나야 된다고? 쳇! 그럼 세상 시어머니들은 아무도 밥 못 얻어먹겠다!!  나도 오늘은 못 도와줘!!

그리고 그까짓 영수증을 준비를 해 놨으면 이일도 진행이 빨리 될 거 아냐!


바빴다고 말 했잖앗!!!


미친 듯이 싸워대면서 저녁밥도 못 먹고 마을로 수금을 나갔다.  

집집마다 달린 ‘띵동 띵동’ 차임을 누르고는 서로

‘니가 말해라! 니가 말해라!  경계를 풀지않고 티격태격했다.


싸우다가도, 집주인이 나오면 사이좋은 척 ‘메소드 연기‘를 하고, 끝이 나면 ’ 멀~리‘ 떨어져 걸어갔다.



6월에 나는 남편 대신, 원하지 않는 자치회 ‘통장’이 되었다!

 

 남편이 아닌 내가 통장이 된 건  순전 옆집 아줌마의 오지랖 때문이다..

남편과 통장직 인수를 위해 마을회관으로 가는 길에 ‘전직 통장’ 옆집 아줌마 ‘ 나가오‘ 상과 딱 맞닥트렸다.


아라! 기므 상!   남편하고 같이 가는 거야?  

안돼~~ 같이 가면 큰일 나~~


“ 왜요?”

뜨거운 햇살을 피해 보려고 흰 양산에, 팔꿈치까지 오는 흰 손장갑을 끼고, 얼굴은 주근깨를 덮어보려고, 곧 ‘가부끼 무대’에 출연할 것 같이 허~옇게 분칠을 한 그녀가 생글 거리며 말했다.


“이렇게 젊고, 팔팔한(핏치피치) 남자가 출석을

 하면 당장 ‘회장’으로 선출 돼!  그렇게 되면 ‘시 회의’에 참석도 해야 되고 할 일이 좀 많은 게 아니야! “ 남편도 직장이 있고 바쁘실 텐데 가지 않는 게 좋아!

라고 겁을 주니 남편 얼굴이 굳어지며,


“ 소우데스까!”….(그래요!) 라며 깜짝 놀란다.


소우나노요! 호호호.”( 그래요) 라며 웃는다.


……. 나는 속으로 이 아줌마가 역시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같은 일본인이라고 남편이 힘들까 봐 이렇게 말리는 거야 뭐야?  


나는 저 아줌마 속셈을 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어떤 회사 ‘회장님‘ 부인이다. 이유는..


어두컴컴한 저녁이 되면 그녀 집 앞에 ’ 시~커먼

세단‘ 아우디 자동차가 ‘스르륵’ 서고,  까만 양복을 한벌 쫙 빼입은 젊고 건장한 운전수가 먼저 나와,  차문을 열면 회장님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 현관 안으로 그가 사라질 때까지  머리를 숙이고 있는 것을 종종 본다. 


처음에는 ‘야쿠자’ 두목인가? 싶었지만 주택가에 그럴리는  없다.  

그녀의 남편은 보통 회장님이 아닌게 분명하다.


그녀는 오로지 남편 떠받드는 것에  일생을 바칠 것 같이 보이는 전형적인 일본인 여성으로서, 내게도 남편 내조를 은근히 부축 키는 게 틀림없다.


남자는 바깥일을 해야 하고, 여자는 남편을 물심양면으로 내조를 해야 하는 것이 여자의 본분이기 때문에


통~장’ 일은 아내가 맡아서 해줘야 남편이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안 쓰고 일에 집중할 수 있다며, 누차 내게 강조를 해 ‘웃기는 여자’ 하고  생각하던 차였다. 

(내가 그녀처럼 집에서 놀고 있으면 내조나 하겠다)


안 그래도 나서는 걸 싫어하는 남편을  겨우 설득해

통장일을 맡기로 했는데, 길에서 이 아줌마가 초를 치고 있는 것이었다.


공원그늘에 서서 ‘나가오 상’의  이야기를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듣던 남편이,


“ 미안 하지만 자기가 혼자 갔다 와야겠어!… 미안해…


“무슨 소리야? 내가 어떻게 그런 걸 해?. ”그게 말이되? “


“고맹..미안해“.. 싱긋 웃더니 남편이 내빼고 말았다.

남편이 집으로 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가오‘도 웃는다.


‘왜 이래 이 아줌마?… 나는 벌써 부 통장으로서 작년에도 마을 ‘축제담당’으로,  뙤약볕에서 이틀 동안 애들 장난감 파느라 고생을 했는데, 이 아줌마 때문에  진짜 ‘통장’이 되게 생긴 것이다. 한국인인 내가  골탕 먹는 건 안중에도 없네?

남의 일에 참견하는 일본사람이 신기했다.



어쩔 수 없이  ‘가부끼 나가오‘아줌마와. 함께 마을회관에 도착해 보니, 전직 통장과 올해 통장들이 ’ 세트‘가 되어 20여 명이  ‘녹차와 도라야끼 한 봉지’를 앞에 두고 테이블을 ‘빙~’ 둘러앉아있었다.


사람들을 둘러보니 가관도 아니다. 쓸만해 보이는 남자가 딱 두 명 있었고, 나머진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고령자가 많았다.  60대는 젊은 축에 속했다.

‘나는 완전 젊은이 였다’.

젊은이가 왜 이렇게 없지?

      

까딱 잘못하면 큰일 나게 생겼는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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