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뭐 쓰지?
작업복을 입고 밀차를 밀며 집뒤 텃밭으로 가시는 시어머니 발견
그러나 날도 더운데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써야 하는데 싶어
어머님 뒤를 쫓아갔다.
어머님은 아직 밭에 이르지도 못했다.
깨 널어놓은 근처 그늘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가는길에 호박이 죽 길게 뻗고 있었다.
늙은 호박 먹구 정허냐?
아직 퍼렁헌디예
육지 사람들은 퍼렁헐때 먹어라.
호박순 먹고 싶은디예
여긴 베랑 엇쪄.
저기 축구장바띠 가보라
도난 건디 막 하영 있져.
둘째가 배구 연습이 있대서 학교에 내려주고 어머님밭으로 갔다.
호박순 30개를 뜯어 낭푼에 담아왔다.
호박순 짜글이 검색하여
웍으로 하나 가득 완성
어머님께 맛보시라고 나눠드렸다.
아빠도 뭔가 헐말이 있을거 같았다.
호박순찌개해수다
짦조름허게허믄 맛있주게
쌈장해도 맛있고
양파놓고 당근 놓고
머허믄 두부도 호꼼 넣고게
이젠 귀찮아서 안해먹나
난 호박잎국 더 좋아허는디
냉장고에 놔두믄 씨원하게 먹으믄 좋주게
호박잎 시장에 2,000원씩 팔아라
공짜로만 먹어나난
사당 먹고 싶진 않애
이거 엄마가 해줘신기예
느네 엄마 그거 잘헌다게
손매가 좋으니깐
줄거리 싹 다듬아동
대도 들어가도 연해지잖아
맛있잖아게
별미로
그거 다 양념 맛이지
양념 안허믄 먹어지나?
토속된장 놓고
고추장도 조금 놓고 싶으믄 놓고
설탕 놓고
쫍지름허게행 호박잎 싸먹어도 좋고게
요새 심심한 맛에 살암져
엄마 불쌍허지 않으냐
난 불쌍하게 생각헌다게
나같은 사람 만난 고생만 허멍게
삼천배 하멍 사는 일이 인간으로서 고행의 길이지게
인생의 희노애락은 끊어사 되는거
법당에 다니는거 좋아하고 했잖아게
나도 느도 어멍한테 많이 배왔져게
수양허는거 보믄게
그런 사람보멍
헬스도 허고 봉사하고 상담허는 쪽에도 보멍
벌써 저세상 가당도 버쳤주
그대로 다혈질로 살아시믄
겅해도 지금은 살아이시난게
사물도 보고
밥도 먹고
힘든 점도 많지만
좋은 점도 있잖아게
희노애락을 맛보멍 사니깐 감사하지게
나도 욕구가 강한 사람이라
선택하는게 항상 실수를 잘해
평정심을 찾을라고 애쓰주게
사물이 정상적으로 잘 보이주게
겅 안행 욕구가 많이 들어가믄 어려운 일을 많이 맞이해
지금도. 주관적인 생각이 강해정 판단행 어려움을 자초한단 말이여게
평정심을 찾앙 가벼운 마음에서 허믄 그게 최선인줄 알멍도 잘 안돼
나 삶 얘기로 해사주
느 삶 얘기하믄 부담스러운거 닮아
시키는걸로 들엉
느도 나 닮아 할머니 피 많이 받았져게.
느가 맞댄하믄 그냥 가는거주게
할아버지피는 숙이 고모가 많이 받아져,
아싸리바싸리 기믄기고 아니믄 아니고
말도 매몰차게 하고 겅하지게
예전엔 겅 살아신디 이젠 유하게 살잰 하주게
이녁은 할머니를 어떵 못해신디
나는 할머니 마음을 움직이는 걸보믄 영악하댄 했주
할머니가 일생 산 것이 허되게 살았다고 생각이 들고 억울하다 생각이 들었단 말이여
나이들엉 허리다친 다음에도
보람된 일도 많수댄 그런거만 생각허랜 했주게
버림받은거 속상한거만 생각하믄 안 좋잖아게
점점 감정적인 쪽으로만 가지게.
자기애, 이기적이 되지게
일생 일궈논거만 얘기했지게
할머니 마음이라도 편안해지고 보람이라도 느낍센해서 만들어준거지게
겅해
겅행 돈도 팍팍 보내줬지게
겅행 사회쪽에다가 썼잖아게
보람되게 쓰켄행 받은거라
나가 쓰믄 독이 될거니깐
할머니 보람되게 쓰잰허난 쉼터영 만들어놨주게
나중에 허젠허믄 못하니깐
그때는 장사도 될 때니깐
돈 벌 때 허고 나이들믄 못헌댄하니깐 했주게
그때는 그렇게라도 해그네 사회를 위해 하는게 보람이라 생각하니깐 과감히 쓴거주게
지금은 아쉬움도 많지게
보람이 더 크다는 얘기지
돈을 예전처럼은 안 쓰지게
돈을 좋게 써지니깐
그전엔 기분에 따라 돈을 썼다믄
지금은 알뜰히 쓰니깐 그게 남은거지
게도 난 희망만은 가졍산다게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는걸
스스로로 알아진다게